▶내일 일요일은 얼었던 대동강물이 녹는다는 우수입니다. 곳곳에서 봄 소식이 오고 있습니다. 매화를 필두로 꽃은 피고, 거리의 시민들 옷은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겨우내 움추렸던 몸을 풀며 슬슬 운동을 하겠다는 결심을 할 때가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계획하셨던 헬스나 조깅 등 운동을 꼭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올해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볼까 생각중입니다. 이번 주 100년 전 신문에서 제 눈에 띈 사진은 1923년 2월 14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탁구 경기 모습입니다. 종로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탁구 대회가 열려 학생들이 토너먼트 식으로 우승을 겨뤘다는 내용입니다. 흑백에다 해상도는 낮지만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체육관을 가득 메워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의 눈빛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 오늘 기사에서는 사실 제가 독해할 수 없는 글자가 몇 군데 있었습니다. 최대한 제가 이해한 바대로 쓰긴 했는데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감안해서 사진 밑에 있는 설명글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대략 내용은 이렇습니다. “두 처녀의 맹렬한 싸움이 시작되었는데 탁구채를 잡은 손이 번개처럼 번득이며 공을 쳐대니 달처럼 생긴 하얀 공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하다. 심판의 ‘게임 쎗’하는 종료 신호가 끝나자 두 여학생의 얼굴은 땀에 젖은 데다 붉게 상기된 모습이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의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에서 열린 탁구 토너먼트 대회에는 모두 128명의 학생이 출전했다. 토요일에 예선전이 시작된 대회는 월요일 오후에 결승전으로 이어졌다. 우승 월계관 14살의 김우남(金又男)양이 차지했다.”
▶가운데 손을 들고 있는 심판은 관람하는 여학생들에 비해 키가 아주 큰 거로 보아 남자인 것 같습니다. 이목구비가 분명한데다 오른 손을 들어 ‘SIX, FOUR‘ 하며 스코어를 불러주는 모습이 힘이 넘치는 모습입니다.
남성의 반대편에도 한 여성이 서서 심판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아래 ).
▶ 사진 왼쪽의 여자 선수는 김우남인지 유옥희인지 분명하진 않습니다. 사진설명에 써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또래 여학생들에 비해 신체 조건이 아주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키도 크고, 뒤로 땋은 머리가 지나가는 어깨가 아주 튼튼해 보입니다. 운동화라고 하기 보다는 학생용 구두를 신고 경기를 하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아래)
백년사진 1회 때 소개했던 종로 체육관의 스포츠 선수들은 정식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오늘 이 여학생들은 아마추어 경기에 맞게 교복 차림으로 라켓을 잡은 듯 합니다. 체육복이 아니라 엄청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 반대편의 여학생이 강력하게 친 공이 네트를 넘어오는 모습이 화면에 잡혀 있습니다. 당시의 카메라 기술을 고려할 때 공이 보이는 스포츠 사진은 놀라운 순간 포착입니다.
▶심판 오른쪽에 있는 흰색 옷의 학생은 주변 여학생들에 비해 키도 작고 복장도 다르네요.
혹시 누나의 학교에서 벌어진 이벤트를 구경하기 위해 놀러왔던 동생이었을까요? 탁구대의 가운데 또는 카메라를 보고 있는 모습이 호기심 많은 어린이인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사진 오른쪽 위쪽 빈 벽에 큰 금이 가 있는 게 보입니다. 세로 선이 아니라 사선으로 길게 늘어진 게 뭔가 부실한 건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00년 전 사진을 보면서 알게 된 특징 중 하나는, 모임이나 운동경기 등을 일과시간에 하지 않고 저녁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월화수목금 열심히 공부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예선전 그리고 월요일에 최종 우승을 겨뤘던 학생들의 성실한 모습에 기분이 좋아지지 않으시나요?
▶여러분은 100년 사진에서 뭐가 보이시나요? 댓글에서 여러분의 시선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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