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드라마 ‘아일랜드’ 속 차은우(26·이동민)의 모습은 기존과 결이 달랐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활약하다 처음으로 판타지 액션물에 도전했다. 힙한 구마사제 ‘요한’으로 변신,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검은사제들’(감독 장재현·2015) 강동원(42), ‘손 더 게스트’(2018) 김재욱(40) 등 이전에 구마사제를 연기한 선배들과도 차별화했다. 전작인 영화 ‘데시벨’(감독 황인호·2022)에서 연기력이 확 늘어 놀랐는데, 아일랜드에서도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데뷔 초부터 줄곧 따라다닌 연기력 논란 꼬리표를 벗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연기력이 늘었다고) 좋게 봐줘서 감사하고 뿌듯하다.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데시벨도 최선을 다했고 아일랜드도 마찬가지다. 경험치가 좀 더 쌓여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난 게 아닐까 싶다. (과거 연기력 논란이 있었는데) 그런 반응도 겸허하게 받아들인 건 받아들였다. 그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지금도 그런 자세로 임하고 있고, 좋은 양분을 많이 쌓으려고 한다. 아일랜드에선 당연히 (내 연기에) 아쉬움이 있지만, ‘요한이를 만나길 잘 했다’ 싶다. 얻은 것도 배운 것도 많고, 파트2는 더 잘 되길 바란다.”
이 드라마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악과 맞서 싸우는 이들의 여정을 그렸다.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차은우는 가톨릭 구마사제 ‘요한’을 맡았다. 총 12부작으로 지난해 12월 파트1(6부)을 공개했으며, 24일 파트2를 선보일 예정이다. 애초 재벌 3세이자 교사 ‘원미호’(이다희) 역에 서예지(33)가 캐스팅됐지만 개인사로 하차, 촬영이 늦춰지고 OCN에서 티빙으로 편성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무엇보다 김남길(43)의 조언은 큰 힘이 됐다. 드라마 ‘여신강림’(2020~2021) 촬영할 때부터 기다렸다며 “작품이 딜레이 됐을 때 남길 형이 따로 연락을 줘 ‘같이 하자’고 했다. 형을 믿고 같이 해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남길 형 뿐만 아니라 다희, 성준 선배 등이 어떻게 (캐릭터에) 접근해 현장에서 만들어가고, 스태프들과 호흡하는지 등을 옆에서 직·간접적으로 보고 느낀게 많다. 나도 모르게 선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남길 형이 장난기가 많은데, 리허설에 들어가면 바로 몰입했다. 액션신 찍을 때는 애니메이션을 참고해 이런 느낌을 내보자고 했고, 숙소도 근처에 있어서 촬영 전후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귀띔했다. 극중 요한은 K팝을 즐겨 듣는 등 힙한 매력을 뽐냈다. “어리지만 구마의식을 할 때는 책임감을 가지고, 싸우거나 액션할 때는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여러 가지 매력이 있다”며 “요한이는 신부인데 귀걸이를 착용하지 않았느냐. 원작에서 착안했다. 배종 감독님이 ‘안 하는게 어때?’라고 했지만, 내가 고수했다. 웹툰에서 가져올 건 가져와서 좀 더 생동감있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구마의식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요한은 기존 사제와 색깔이 달랐다. 감독님과 어떻게 하면 요한이스럽게 표현할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초반에 요한이 까불 거리는 부분이 있어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도 장난 치는 걸 좋아하는데, 까불 거리진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액션신은 호불호가 갈렸다. 배 감독은 첫 드라마 연출이다. 자신이 만든 영화 ‘웰컴 투 동막골’(2005)의 팝콘신처럼 액션신에서 자꾸 슬로우 모션을 걸어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어느 한 쪽으로 생각하기 보다 편집이나 슬로우모션 등은 보는 사람의 성향, 스타일 차이라서 겸허하게 받아들였다”며 “촬영할 때는 (감독님과) 소통이 잘 됐고 재미있었다. 공개된 후 작품을 여러 번 돌려봤다. 요한이에게 집중해서 보기도 하고, 전체적으로도 봤다”고 했다.
“파트1에서 내 손으로 형 ‘찬희’(최태준)를 처단한 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중요한 신이라서 걱정을 많이 했다. 함께 보육원에서 지내다 입양되는 등 서사가 있었다. 몇 년만에 만나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이었다. 극본으로 봤을 때 눈물이 많이 났는데, 그 신을 찍고 속이 허했다. 감독님도 모니터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파트2에선 요한의 고민과 갈등이 그려질 예정이다. 신이 있다고 믿고 따랐는데, ‘왜 신은 우리 형을 버렸을까?’라는 내적 갈등·고민이 쌓이면서 강해지고 액션도 화려해진다. 캐릭터 관계가 쌓여서 나오는 케미도 관전 포인트다.”
아일랜드는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통해 세계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먼저 온 상태다. “회사를 통해 ‘해외에서 많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뻤다”며 “아무래도 판타지 액션 장르를 재미있게 봐준 것 같다. 각 캐릭터도 매력적이지 않느냐. 제주도 로케로 찍어서 장소적인 부분도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아스트로) 멤버들은 ‘너가 로맨스 하는 게 아니라서 보기 편했다’고 하더라. 연습생 때부터 거의 10년간 동거동락한 사이라서 그렇다”며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도 ‘편해 보인다’ ‘오~액션 멋있는데’ 등의 얘기를 많이 해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파트1·2로 나눠서 공개해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었다. “나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촬영할 때는 그렇게 하는지 몰랐다. 크게 어떻게 생각하기 보다, 작품이 더 잘되길 위한 방향이지 않을까 싶다. ‘좋다, 싫다’고 하기 보다 CG 후반작업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선택한 최선의 방향이라고 받아들였다”며 “그 사이에라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게끔 노력하는 게 내가 할 일이다. 파트2는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차은우는 데뷔 초부터 배우·가수 활동을 병행했다. 2014년 영화 ‘두근두근 내인생’(감독 이재용)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2년 뒤인 2016년 그룹 ‘아스트로’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노래하고 무대에 설 때 따뜻함과 쾌감이 있다. (배우와 가수) 둘 다 표현하는 직업이라서 유대성이 있고 도움을 주는 것 같다”며 “노래하고 연기할 때 많이 사람들이 지켜봐주는 쾌감이 미세하게 다르지만, 둘 다 익숙하면서 재미있다. 어떻게 보면 축복 받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데뷔 초부터 ‘잘생겼다’는 얘기를 지겹도록 들었지만, 항상 “좋다”며 웃었다. “요한이도 그런 캐릭터”라며 “민망하면 끝도 없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캐릭터를 더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게 현명한 것 같다. (잘생긴 후배들 보면) 각자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나도 자신감은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사람인지라 힘들고 지칠 때가 있다. 슬플 때도 많다”면서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먼저 다가와 주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라고 하고, 대화하면서 푼다. 유튜브에서 다른 배우들의 시상식 수상소감을 저장해놓고 보면 다시 또 샘솟고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최근 소속사 판타지오와 재계약했다. 멤버 진진(27·박진우)과 문빈(25), 윤산하(22)도 함께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MJ(29·김명준)는 군 복무 중이며, 라키(24)는 재계약을 논의 중이다. “어느덧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당연히 멤버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계약은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내가 먼저 그러는 건 아직은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대화를 많이 하고 나름 내 상황에 맞는 선택을 했다. 멤버들이 더 중요한 것도 크고, 지금까지 데뷔하고 바쁘게 활동해 정이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당장 내일도 어떻게 될지 몰라서 구체적으로 (계획을) 생각해보진 않았다. 우선 아일랜드 파트2를 잘 마치고, 지금 촬영 중인 ‘오늘도 사랑스럽개’도 열심히 하고 차근차근 쌓아 나가고 싶다. ‘나는 어디까지 갈 거야’ ‘어디가 목표야’라고 생각하기 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하나하나 잘 수행하고 돌아봤을 때 성취감을 느끼는 편이다. 이후 많은 분들이 ‘괜찮은 친구네’ ‘멋있네’라고 바라봐주면 뿌듯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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