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이 도래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상호 교류의 단절이 일상화되며 불안과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UN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서는 “외로움과 연결의 상실이 지난 2년간 행복 감소의 핵심 동인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환자 또한 전체적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최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며 조심스레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정서적 안정과 사람 간의 유대감을 회복하기 위한 공간에 대해 조명해 본다.
지친 마음과 스트레스를 달래주는 공간, Wellness Hub
욕실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기존에 몸을 씻고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기능적인 공간을 넘어 지친 마음과 스트레스를 달래주는 곳이 됐다. 팬데믹 이후 웰니스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고 자기 돌봄의 핵심 공간으로 욕실이 부상하면서 최근 지어진 호텔과 리조트에서 가장 멋진 뷰를 감상 할 수 있는 곳에 욕조를 배치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프리미엄 주거 공간은 호텔을 닮아있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에서도 리모델링하는 사람들 중 욕실 공간에 더 투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평소 사용하는 뷰티 용품들과 향 관련 아이템 등을 늘어뜨려 놓은 욕실 공간을 보여주는 SNS 해시태그인 #Bathcaping(배스케이핑)을 검색해 보면 목욕 장소가 하나의 리추얼(Ritual·‘의식’이란 단어의 뜻에서 최근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는 규칙적인 습관’으로 그 의미가 확장)로 자리 잡으며 감성 넘치는 놀이 공간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주 앉아 대화하기, Tête á Tête
욕실 등에서 혼자 충분하게 심신의 안정을 취했다면 이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둘러볼 차례다. 프랑스어 Tête á Tête는 ‘마주 앉다’라는 뜻으로 등받이가 서로 마주보는 타입의 의자를 가리키는 단어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모이는 공용 공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대면 소통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가구 디자인이 부상하고 있다. 둥근 형태와 아늑함을 주는 소재들이 만들어 내는 포근한 분위기의 디자인은 같은 공간 안에 있는 사람 간의 친밀도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최근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나 하이엔드 오피스텔, 공유 주거 시설들은 주변 이웃들과 유대감을 쌓을 수 있도록 커뮤니티 시설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입주민의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를 선별해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속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공간들이 돋보인다.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는 공간, Talk-a-round
더 많은 대화가 오가기 위해서는 눈맞춤이 잘 되는 것이 중요하다. 가구 중에서도 규격화된 각진 테이블보다는 원형 테이블이 이러한 부분에서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사각 테이블은 정면에 앉은 사람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면 원형 테이블은 상석도 따로 없고 어느 위치에서나 서로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평등한 위치에서 각자가 자유로운 의견을 내기에 용이하다는 구조적 이점이 있다. 이처럼 가구의 배치나 공간의 구조는 사람들의 관계나 심리 상태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엔데믹과 함께 다시 사무실로 복귀해야 함에 따라 새로 오픈하는 오피스들은 직원들이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 같은 편안함을 주요 콘셉트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의 오피스들은 다양한 자세로 일할 수 있는 사무용 가구나 다채로운 컬러를 적용함으로써 업무의 지루함을 줄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독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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