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자전거’ 우밍이 교수
7개국 번역… 대만 국민작가 불려
“내게 소설은 인간존재 인식 방식”
“한국과 대만은 제국주의라는 야만의 문명을 딛고 민주주의라는 새 문명을 세웠습니다. 야만에 대항할 때 비로소 우리가 가진 걸 지켜낼 수 있는 법이죠.”
최근 국내 출간된 장편소설 ‘도둑맞은 자전거’(비채)는 대만의 ‘국민 작가’로 불리는 우밍이 국립둥화대 교수(52)의 작품이다. 2018년 대만에서 처음 출간된 이 소설은 호주 일본 스웨덴 등 7개국에서 번역됐고, 대만 소설 최초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 우 작가는 1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 식민 통치 시기인 20세기 초 대만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세계의 독자와 공명하는 건 전쟁이 주는 공포와 고통, 안타까움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주인공 청이 1992년 타이베이의 대형 상가 중화상창이 철거된 다음 날 자취를 감춘 아버지와 자전거의 행방을 수소문하면서 드러나는 전쟁의 참상을 그린다. 식민 통치기 일본군에 복무한 대만인들은 종전 후 득세한 중국군에게 색출될까 두려워 과거를 숨긴 채 살아야 했다. 전쟁이 남긴 아픔이 다양한 인물의 서사로 펼쳐진다.
우 작가가 자전거를 소설의 소재로 삼은 건 식민 통치기 전투기공장으로 징집당한 10대 초반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전작 ‘수면의 항로’(2007년)와 관련이 있다. “주인공 싼랑이 마지막에 자전거를 세워두면서 끝나는데, 독자 한 분이 ‘그 자전거는 어떻게 되느냐’는 e메일을 보내셨어요. 자전거의 행방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답신한 뒤 조사를 하고 상상을 펼쳐 ‘도둑맞은 자전거’를 썼습니다.”
우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등장인물들처럼 스무 대가 넘는 고물 자전거를 수년간 수집했다고 한다. 오래된 자전거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발자취가 소설의 씨앗이 된 것. 소설에는 일본군이 ‘대동아공영권’이라는 미명하에 동남아 침공 작전을 벌이면서 말레이반도 밀림 지대 전투를 위해 현지 주민들의 자전거까지 몰수해 편성한 ‘은륜(銀輪·자전거)부대’의 역사가 녹아 있다.
우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내게 소설은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고 사고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코끼리의 시선으로 전쟁을 묘사한 대목을 소설의 가장 특별한 부분으로 꼽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의 도구로 쓰였던 코끼리가 타이베이 동물원으로 돌아온 뒤 함께 전쟁을 치렀던 인간을 알아보는 대목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습니다.”
대학에서 세계문학강독 수업을 하는 그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 ‘흰’ 등을 학생들과 읽으며 감동을 받았다”며 “조남주 신경숙 작가와 이창동 감독을 좋아한다”고 했다. 최근 집필 중인 차기작은 대만 원주민과 시멘트 공장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환상과 신화적 요소를 가미한 ‘해풍주점’(가제)이다. 프랑스 문학상인 리브르 앵쉴레르상을 수상한, 기후변화를 소재로 쓴 소설 ‘복안인’(2011년)은 내년 국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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