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애덤스, 죽을 때까지 18세…히트곡·록의 품위는 늙지 않네

  • 뉴시스
  • 입력 2023년 3월 3일 0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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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죽을 때까지 18세. 그래, 살아있다는 건 물론 기분 좋아. 언젠가 난 65세에 18세가 될 거야! 내가 죽을 때까지 18세가 될 거야.”(18 til I die - gonna be 18 til I die. Ya it sure feels good to be alive. Someday I‘ll be 18 goin’ on 65! - 18 til I die.)

히트곡과 로커의 품위는 늙지 않는다. 언제나 이팔청춘(二八靑春)이다.

2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캐나다 출신 록의 전설 브라이언 애덤스(64·Bryan Adams·브라이언 아담스)‘가 증명한 사실이다.

1994년 처음 한국을 찾은 이후 무려 29년 만의 내한공연. 어느덧 예순 중반이 된 애덤스였지만 여전히 펄펄 끓었다. 기타 속주는 물론 보컬의 음색 하나 변하지 않는 듯한 가창 실력을 뽐냈다.

대표곡 ’에이틴 틸 아이 다이(18 til I Die)‘ 속 원래 노랫말은 “난 55세에 18세가 될 거야!”인데 55세를 현재 자신의 나이에 맞춰 65세로 개사한 그는 품격을 갖춘 자신감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줬다.

록과 로커가 늙지 않고 ’영원히 새롭다‘라는 무모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세월을 극복하는 서사가 아닌, 세월 앞에 승복하면서도 그걸 근사함으로 승화시키는 멋스러움에 대한 얘기다.
애덤스는 약 30년 만에 한국을 찾았지만 공연 초반에 살갑게 관객을 대했다. 그는 “30년 만에 다시 오게 돼 미안하다. 다음 번엔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한국어도 배워오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당신들을 위해 많은 곡을 준비했다”고 예고했다.

실제 세트 리스트는 알찼고 ’떼창의 문화‘는 한국 관객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유독 외국인 관객이 눈에 많이 띄었던 이날 공연에서 애덤스의 대표곡인 ’헤븐‘과 ’(에브리싱 아이 두) 아이 두 잇 포 유((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는 합창곡이 됐다.

’헤븐‘은 애덤스에게 첫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1위를 안긴 곡이며, ’(에브리싱 아이 두) 아이 두 잇 포 유‘는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 주연의 영화 ’의적 로빈 후드‘(Robin Hood: Prince Of Thieves)(1991)의 OST로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물론 다른 곡들도 이번 공연을 떠받쳐줬지만, 몇 곡의 빅 히트곡이 공연 분위기를 얼마나 좌지우지 하는지를 입증한 공연이었다. 관객수는 비교적 많지 않은 1500명이라, 초반엔 허전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점차 열기를 끌어올리는 이 베테랑 로커의 노련함에 이내 공연장이 가득 찬 듯한 분위기가 바로 연출됐다.

1950년대 후반 미국에서 크게 유행한 흥겨운 ’로커빌리(rock-a-billy)‘ 풍의 ’유 비롱 투 미(You Belong To Me)‘를 부를 때 객석은 흡사 댄스홀이 됐다. 스크린을 통해 춤을 추는 관객의 모습이 비쳐졌고 관객들은 거리낌 없이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애덤스가 어쿠스틱 기타 하나와 하모니카만으로 들려준 ’히어 아이 엠(Here I Am)‘에선 고즈적함이 있었다.
애덤스가 이날 더 대단했던 건 갈수록 목소리가 투명해졌다는 점이다. 허스키하면서 깨끗한 것이 애덤스 전성기 보컬의 매력인데 그걸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공연의 하이라이트 곡이자 객석에서 처음부터 제목을 외쳤던 ’서머 오브 식스티나인(Summer of ‘69)’에서 모든 것을 쏟아낸 뒤 바로 들려준 ‘커츠 라이크 어 나이프(Cuts Like a Knife)’에서 보컬이 더 청량했다. 100분가량 쉬거나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않고도 흠 잡을 데 없는 가창을 선사했다.

이렇게 애덤스는 매 장면을 스냅(snap) 사진처럼 만들어냈다. 알만한 팬들은 이미 다 알지만 애덤스는 유명한 사진 작가이기도 하다. 지난해엔 이탈리아 타이어 제조업체인 피렐리와 손잡고 촬영한 ‘온 더 로드’(On The Road·길 위에서)라는 제목의 달력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날 애덤스가 무대에 등장하기 전에도 대형 스크린 속 길 위엔 오픈카가 놓여 있었고 그가 그곳에서 내렸다. 록의 거장은 종종 늙었지만 ‘그럼에도’ 무대에서 잘해냈다는 수식으로 존중을 받는다. 여전히 길 위에서 내달릴 준비가 돼 있는 애덤스는 ‘그럼에도’라는 말의 쓰임새가 여전히 불필요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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