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명작 속 여인들은 왜 그런 식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한승혜 등 지음/256쪽·1만6000원/문예출판사

말괄량이는 길들여져야 할까?(말괄량이 길들이기) 하드보일드 소설 속 탐정은 여자가 죽어야만 임무를 시작할 수 있는가?(안녕 내 사랑) 개츠비는 못된 데이지 없이는 위대한 존재로 거듭날 수 없는 걸까?(위대한 개츠비)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서평가와 여성학자 등 8명이 비판적으로 다시 읽은 고전 문학이 담겨 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달과 6펜스’, ‘안녕 내 사랑’, ‘위대한 개츠비’, ‘나자’, ‘ 그리스인 조르바’, ‘날개’, ‘메데이아’가 이들의 도마에 올랐다.

서평가 한승혜는 어릴 적 좋아했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다시 읽고, 작품 속 사회가 여성을 규정하고 단죄하는 방식이 과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미술평론가 조이한은 ‘그리스인 조르바’ 속 여성에 대한 과대 망상적 시선에서 ‘n번방 사건’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조르바가 ‘나는 자연인이다’를 꿈꾸는 나약한 지식인의 판타지는 아니냐”고 되묻는다.

이러한 비판적 읽기가 고전 문학의 의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상의 ‘날개’를 분석한 여성학자 정희진은 “한국 문학사에서 이상이 이룬 문학적 성취는 동의하지만 불편한 것은 작품에 대한 변화 없는 해석”이라고 꼬집는다. 식민지 시대 노예무역을 주도했던 이들의 동상이 마침내 끌어내려지듯,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치 판단도 달라져야 함을 보여준다.

#명작 속 여인#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고전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