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오늘날의 전쟁 있게 한 화력무기의 모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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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운용 위해 軍 조직적으로 발전
서양 최초의 현대식 육군 창조해내
◇화력/폴 록하트 지음·이수영 옮김/608쪽·4만8000원·레드리버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해전을 다룬 영상 콘텐츠에서, 대포에서 발사된 포탄이 적선으로 날아간 뒤 다시 폭발하는 장면은 사실은 거짓이다. 당시 포탄은 대장군전(大將軍箭·나무와 철로 만든 천자총통용 화살)을 비롯한 고체탄이었다. 탄의 운동에너지로 적선을 파괴했던 것.

서양에서도 고체탄은 성벽을 부수는 공성전과 목선을 격파하는 해상전에서 필수로 쓰였다. 14세기 공성포(攻城砲)의 등장 당시부터 ‘날아간 뒤 폭발하는’ 포탄의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 같은 폭발탄이 서양에서 널리 보급된 것은 19세기 초가 되어서다. 화약을 넣은 포탄이 대포 안에서 찌그러지거나 폭발하는 위험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발사된 뒤 목표물 위에서 내부의 화약이 폭발하면 작은 철탄들이 적에게 퍼부어지도록 설계된 폭발탄이 나중에 발명돼 전장(戰場)에서 빠르게 채택됐다. 이 폭발탄은 발명자인 영국군 중위의 이름을 따 ‘슈라프넬’로 불렸다.

전쟁사 전문가인 미국 라이트주립대 역사학과 교수가 공성포의 등장부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함과 항공기의 활약까지 화기(火器)의 역사를 다뤘다.

14세기 들어 나타난 휴대용 화기는 ‘손 대포(hand cannon)’로 불렸다. 크기만 줄었을 뿐 작동 방식은 대포와 같았다. 발사 자세가 어색하고 총열이 무거워 널리 보급되지는 않았다.

서구 역사상 최초로 제식화된 보병 화기는 15세기 등장한 아쿼버스와 머스킷 총이다. 이 총들은 총가(銃架·총 받침대)가 정교해졌고, 개머리판이 등장해 조준이 비교적 정확해졌으며, 화승(火繩)을 사용해 점화와 동시에 목표물을 겨냥할 수 있었다. 오늘날의 총기와 비교하면 살상력과 정확도가 턱없이 떨어지지만 밀집 대형과 근거리 전투가 기본이던 당시에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이 같은 총기를 운용하기 위해 군대는 상당한 수준의 조직과 협력, 전문성을 발전시켰다. 화약이 서양 최초의 현대식 육군을 창조한 셈이다.

충실한 내용이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눈길을 끌 만하다. 저자는 “전쟁이 오늘날의 국가를 만들었다면, 오늘날의 전쟁을 만든 것은 화기였다”고 강조했다. 원제 ‘FIREPOWER: How Weapons Shaped Warfare’.

#오늘날의 전쟁#화력무기#총기 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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