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의 소설 ‘사형수 최후의 날’에서 집행을 여섯 시간 앞둔 사형수는 고아가 될 외동딸 생각에 목이 멘다. 명말청초 김성탄(1608∼1661)은 사형 날 아침 아들에게 남기는 시를 썼다.
시인은 청나라 세조가 죽었을 때 소주(蘇州)의 선비들과 오현(吳縣) 현령의 부정을 고발했다가 반역으로 몰려 사형을 당했다.(哭廟案) 위 시는 죽기 전 남긴 3수의 절명시(絶命詩) 중 하나로, 사형당하기 전의 심회를 담아 쓴 임형시(臨刑詩)이기도 하다.
시인은 아들 옹이 유독 책 읽기를 좋아했을 뿐 아니라 진리를 탐구하는 데 진심이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죽기 직전 쓴 다른 시에서도 남다른 독서종자(讀書種子·책을 읽어 학문하는 사람)인 아들에 대해 특기했다.(‘臨別又口號……’) 시에선 소원할 ‘소(疏)’자가 세 번이나 반복되면서 삶과 죽음, 아들과의 영원한 이별(永訣)이란 코드가 부각된다.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이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인생은 아름다워’(1999년)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아들과 함께 유대인 강제수용소에 잡혀 온 아버지의 부성애를 그린다. 주인공 귀도는 어린 아들 조슈아를 보호하기 위해 참혹한 수용소 생활을 게임으로 가장한다. 퇴각하는 독일군에게 사살되기 직전에도 귀도는 놀이의 일부인 양 아들을 향해 미소를 짓는다.
영화 속 아버지가 비극적 상황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았던 것처럼, 시인도 부정한 현실 속에서 ‘이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不亦快哉)’를 외치며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고자 했다.(‘不亦快哉三十三則’) 형 집행 전 아들에게 부친 편지에서도 소금에 절인 채소와 콩을 함께 먹으면 호두 같은 맛이 난다는 자신만의 미식 비법을 전했다.(‘豁意軒聞錄’) 시인은 죽음 앞에서도 의연해, 웃으며 참수형을 받았다고 한다.
시인과 영화 속 아버지는 무척 별나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만은 세상 모든 부모와 통한다. 영화는 “이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죽음을 앞둔 세상의 모든 아버지도 그럴 것이다. 시인 역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아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시에 담아 전했다. “너만은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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