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기 서울 구로구에는 변호사 유성훈이 산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후, 판사와 변호사 같은 법률 서비스마저 인공지능(AI)이 맡게 된 미래에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 변호사다. 어느 날 그에게 운전 로봇이 찾아와 사건을 의뢰한다. 본인이 운전하는 마을버스에 자주 타던 어린아이가 아동학대 피해자로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어린아이가 일주일 전부터 버스를 타지 않았고, 이 아이의 엄마가 누군가와의 통화에서 “본때를 보이려고 교육을 좀 시켰는데 골골한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 의심의 발단이었다. 로봇이 인간 변호사를 찾아온 건 법 때문. 승객의 안전을 위해 녹음한 영상과 음성은 ‘법률 관련 인공지능’에게 제공하거나 증언할 수 없다. 즉, 인간 변호사에게만 제공 가능한 증거였다. 유 변호사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나선다. 정명섭 작가의 공상과학(SF) 소설 ‘마지막 변호사’의 줄거리다. 발달된 과학기술과 이에 따른 사회적 병폐, 부조리, 갈등을 소재로 했다.
책은 작가 6명이 서울을 배경으로 가까운 미래를 그린 사이버펑크 장르 소설집이다. 고도의 기술 사회를 디스토피아로 그리는 사이버펑크에서는 주로 해커, 인공지능, 거대 기업 사이에 일어나는 분쟁이 등장한다.
책에 수록된 작품은 전반적으로 어둡지만 발랄한 작품도 있다. 박애진 작가의 ‘소켓 꽂은 고양이’는 인식 코드 시장을 두고 세 기업이 각축을 벌이는 미래를 그렸다. 한 기업에 납치된 해커 김현진은 신체를 잃고 고양이 뇌에 의식을 강제로 업로드당한 뒤 기업 안에 갇혀 일을 한다. 고양이의 몸으로 탈출한 김현진이 홍대 일대에서 만난 청년 집사 정준희와 투닥거리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각 단편마다 주인공이 겪는 사건이 서울의 자치구와 관련이 있다. 송파구를 배경으로 한 이산화 작가의 ‘마법의 성에서 나가고 싶어’에는 이 지역의 랜드마크인 놀이공원과 초고층 빌딩이 등장한다. 미래가 배경이지만 현재를 떠올리게 해 몰입감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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