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유영교(1946~2006)의 회고전 ‘구도(求道)’가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26일까지 열린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조선 후기 국가 공식 참형장이었던 서소문밖 네거리에 열린 문화공간이다. 이에 맞춰 작가가 남긴 종교적인 주제의 작품 37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천신과 싸우는 야곱’처럼 성경 속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은 작품도 있는가 하면, 부처의 이야기를 담은 ‘열반’ 시리즈 등도 선보인다. 부조 작품 ‘부처의 깨달음과 바오로의 회심’에는 한 쪽에는 부처의 반 쪽 얼굴이, 다른 쪽에는 눈부신 빛에 얼굴을 가리는 사람이 새겨져 있다. 유영교 작가의 부인인 이은기 목원대 미술교육과 명예교수는 “천신과 싸우는 야곱은 종교 미술에서는 자주 그려지지 않는 주제”라며 “작가가 성경이나 불경을 읽고 스스로 주제를 선택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말년에는 자연석에 물이 흐르도록 만들어진 ‘샘’ 연작, 청계천 복원 기념으로 설치된 빨간색 야외 조각 ‘에어 조이’ 등 키네틱 조각을 선보이기도 했다. ‘샘’은 전시장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지하 기획소강당으로 내려가면 볼 수 있다. ‘샘’ 연작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인 2000년대 초반에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정원에 돌바닥과 어우러지도록 설치한 바 있다. 전시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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