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외면하면 ‘직업을 잃지 않을 기회’를 놓치게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1일 1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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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기회를 잡는 사람들’ 펴낸 장민 포스텍 교수 인터뷰

“챗GPT를 쓰고 기계가 인간과 같은 모습을 보일때 자존감의 상처를 입는 분들도 계시죠. 그렇다고 인공지능(AI)의 발달을 외면하면 직업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챗GPT 기회를 잡는 사람들’(알투스)을 펴낸 장민 포스텍 겸직교수 겸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뉴럴웍스랩 대표(53)의 말이다. 15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장 교수를 만나 인터뷰했다.

‘챗(chat)GPT-3.5’ 이용자수는 지난해 12월 출시 후 4개월만에 수억 명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다. ‘챗(chat)GPT-3.5’가 나온지 약 4개월 만에 ‘챗GPT-4’가 출시된 이날 장 교수는 기존 버전에서 새롭게 추가된 그래픽 인식 기능 등을 직접 시험해보고 있었다. 그는 “어제까지만 해도 챗GPT에게 ‘무기제조법‘과 같이 위험하거나 성소수자 관련 민감한 질문을 하면 거침없이 답했는데, 새 버전은 그런 부분까지 걸러내도록 파인튜닝(미세조정)이 됐다”며 놀라워했다. 장 교수는 포스텍 박사(인공지능과 기계학습) 출신으로 20년 가까이 AI업계에 몸담았다.

이날 발표된 ‘챗GPT’의 새 버전의 미국 대입 자격시험인 SAT 성적은 상위 10%수준을 기록했다. AI가 인간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장 교수는 책에서 “챗GPT와 같은 모델이 많이 보급된다면 그동안 창조적 영역이라 여겨져 온 화가, 작가 등 직업도 단순 창조력만 가지고 살아남기 힘들어진다”라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직업으로 위기관리 전문가,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등을 꼽았다. 인간 감성의 영역을 지원하거나 상대방을 협상, 설득하는 직업은 대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AI가 상당수 일자리를 대체하는 ‘기술적 실업’이 일반화되면 그에 따라 벌어질 빈부격차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며 “다만 세상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획력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챗GPT 시대를 연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은 2010년대부터 기술의 진보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기회의 평등이 주어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AI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대결’로 이미 잠재성을 드러낸 AI기술이 챗GPT의 등장으로 더 큰 주목을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장 교수는 “비로소 인간과 기계의 접점, 즉 인터페이스 환경이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라며 “말 한마디, 글 한 줄로 코딩 작업을 명령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코딩을 배우지 않아도 과학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인문학을 전공하더라도 기획력을 잘 배양한다면 좋은 직장을 갖거나 스타트업을 창업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사람의 작업물을 가려내는 감별사와 같은 직업은 물론, 사람이 직접 만든 작품을 인증하는 제도나 시장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어떤 지시어를 입력해야 하는지 그 관계를 설정해주는 직업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챗GPT시대의 유망 직업으로 꼽힌다. 책에는 챗GPT로부터 적합한 답변을 이끌어내기 위한 프롬프트(지시 메시지) 작성 방법 등도 소개됐다.

장 교수는 “AI와 인간의 공존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대비할 때 우리는 인간만이 가진 존재의 가치를 잃지 않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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