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신축 공사장서 고려행궁 추정 유적지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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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지-기와-배수로 등 출토
“승가사 찾던 왕의 거처 가능성”

고려시대 건물지가 출토된 서울 종로구 신영동 신축건물 공사 현장. 고려 왕들이 잠시 머물렀던 행궁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화재청 제공
고려시대 건물지가 출토된 서울 종로구 신영동 신축건물 공사 현장. 고려 왕들이 잠시 머물렀던 행궁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화재청 제공
서울 종로구 신영동 신축건물 공사장에서 고려 행궁일 가능성이 있는 건물지가 나왔다.

문화재청은 “수도문물연구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신영동 도시형생활주택 신축 부지 1382㎡를 발굴 조사한 결과 서쪽에서 건물지 3기와 담장, 배수로 등이 나왔고 동쪽에서 건물지 1기가 출토됐다”고 밝혔다. 함께 출토된 기와 조각 1000여 점 가운데 ‘승안 3년(承安 三年)’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기와가 발견돼 해당 유적은 12세기 말 조성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승안은 중국 금나라 제6대 황제 장종(章宗)이 쓰던 연호로, 승안 3년은 1198년을 가리킨다. 서울에서 이 정도 규모의 고려시대 유적이 나온 건 처음이다.

유구가 고려 왕실과 인연이 깊었던 승가사(僧伽寺·현 서울 종로구 구기동)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점으로 미뤄 볼 때 행궁이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승가사는 중국 당나라 승려인 승가대사(629∼710)를 숭배하며 신라 승려 수태(秀台)가 삼각산(현 북한산) 남쪽에 바위를 뚫어 만든 굴이 시초다. 1106년 편찬된 ‘삼각산중수승가굴기(三角山重修僧伽崛記)’에 따르면 고려 역대 왕들이 승가굴을 빈번하게 찾아 예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정계옥 전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장은 “이번에 발굴된 유구는 승가굴을 방문한 왕들이 머물렀던 행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해당 유적으로부터 400m가량 떨어진 곳에 고려 예종, 인종, 의종이 남경을 방문하며 찾았다는 사찰 장의사(莊義寺) 터가 있어 이번 유구 역시 계획적으로 조성된 공공건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발굴지에서 나온 장대석(長臺石·축대에 쓰이는 길게 다듬은 돌)의 길이가 약 2m에 이르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서쪽 건물지 3곳 중 1곳은 길이 20m, 너비 5.5m에 달했을 것으로 보이다. 문화재청은 후속 연구를 진행해 건물의 성격을 규명할 방침이다.

#서울 종로 신축 공사장#고려행궁 추정 유적지#고려 건물지 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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