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걸 생명존중 연중 캠페인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안성 평강공주 보호소 김자영 소장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에 위치한 ‘안성 평강공주 보호소’. 이 곳에서는 유기견 280여 마리와 유기묘 150여 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평소 유기견 보호에 앞장서온 연예인 이효리가 반려견 순심이와 모카를 만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자경 소장(61)은 “이효리 씨가 순심이를 입양한 후 모카도 입양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기견 입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 문의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효리, 배우 공승연과 트와이스 정연, 보호소에서 봉사하다가 입양까지
400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을 직원 한명 없이 김 소장과 동생 단둘이 챙기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이 반복된다. 그나마 봉사자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 덕에 운영이 가능하다. 유기견을 돌보러 찾아오는 봉사자들이 많다. 10년 이상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연예인 봉사단도 있다.
“매년 봄이면 연예인 봉사단이 찾아옵니다. 봉사하러 왔다가 직접 유기견을 입양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효리와 순심이의 만남도 봉사활동으로 이뤄졌다. 정기적으로 찾아오던 이효리는 순심이에게 마음이 쓰였고, 2011년 1월 입양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유기견 봉사를 해오다가 2012년 모카까지 새 식구로 들였다. 당시 모카는 새끼 3마리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상태였다. 이효리는 강아지들을 입양시키기 위해 어미인 모카와 함께 모두 집으로 데려갔다. 새끼들은 튼튼하게 자라 모두 좋은 곳으로 입양을 갔지만 모카는 데려가려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이효리는 모카의 입양을 결정했다.
“이효리 씨는 제주도 내려가기 전까지 이 곳에서 봉사를 꾸준히 해왔어요. 제주도로 내려가서는 그 지역의 보호소에 봉사를 다닌다고 해요. 3년 전, 순심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도 연락을 해줘 고마웠죠. 보호소에서 올해 달력을 제작할 때도 모카와 함께 사진 촬영에 참여해줬고요.”
최근에는 배우 공승연과 트와이스 정연 자매가 안성 평강공주 보호소에서 유기견 유키를 입양해 화제가 됐다. 피부병이 심하게 걸려 떠돌던 강아지 3마리가 구조됐고, 보호소에서 꾸준히 봉사를 하던 공승연, 정연 자매가 임시 보호를 자청한 것. 가장 피부병이 심했던 유키의 임보를 맡게 됐는데 1년 1개월을 함께 지내다가 지난 2월 입양을 결정했다.
특히 이효리와 공승연, 정연 자매가 입양한 유기견은 모두 믹스견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입양 시 믹스견보다 품종견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은 믹스견에 대한 편견 없이 사랑으로 유기견을 보듬었다. 김 소장은 이들의 선한 영향력 때문인지 최근 들어 믹스견 입양이 늘었다고 전했다.
“최근 입양 간 아이들이 모두 믹스견이에요. 품종을 따지기보다 봉사하면서 마음이 가는 아이들을 입양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영리하며 잘 따른다고 입양 만족도도 높다. 실제 미국의 경우 전문 브리더들이 활발히 활동하며 이름을 내고 있는데, 이들이 다른 견종들을 교배시킨 믹스견, 디자이너 독(Designer Dog)이 인기를 모으며 입양된다. 생물학적으로도 믹스견이 우성 인자가 발현돼 더 건강하고 머리도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하루아침에 유기동물들의 엄마로
안성 평강공주 보호소는 2005년 문을 열었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김 소장은 얼결에 130마리 유기견·유기묘의 엄마가 됐다.
“회사에 다니며 정기적으로 유기견 봉사를 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봉사를 다니던 보호소 소장님이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거예요. 보호소 아이들은 여기저기 흩어져야 했고, 일부 안락사 얘기까지 나왔어요. 안되겠다 싶어 덜컥 보호소 일을 맡게 됐죠. 처음에는 ‘이 아이들까지만 책임지자’는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평생 하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네요.(웃음)”
갑작스레 보호소 일을 맡게 된 후 정신 차릴 여유도 없이 바쁘게 지냈다. 초반에는 운영비가 턱없이 모자라 모아놓은 돈을 모두 털어 넣기도 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여러 번 있었지만, 보호소 일을 내 일처럼 도와준 봉사자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큰 화재사고 겪었을 때도 “봉사자들 도움으로 버텨”
몇 년 전 보호소에 큰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봉사자들이 큰 힘이 됐다. 2018년 12월 전기 누전으로 인해 견사 일부가 불에 탔고, 100마리가 넘는 개와 고양이가 목숨을 잃었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들어요. 당시엔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 정말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셨더라고요. 저희가 직접 모금 계좌를 연 것도 아니었는데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후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덕분에 견사를 새로 지을 수 있었죠.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김 소장은 요즘 보호소 운영의 지속성에 대해 고민 중이다. 보호소 책임을 혼자 도맡고 있다 보니 혹시라도 자신이 동물들을 돌보지 못하게 됐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보호소가 지속해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어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분이 보호소를 맡아야 할 테니 미리 준비해야죠.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운영도 잘 하실 분을 찾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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