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세계로 날아오르는 K-발레 만들 것”…사상 최초 4연임

  • 뉴시스
  • 입력 2023년 4월 5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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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호흡하며 세계로 날아오르는 K-발레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지금까지 9년 동안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발레단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이 국립 예술단체 사상 최초로 4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2014년 처음으로 발레단장을 맡은 그는 2017년, 2020년에 이어 이날 또다시 단장으로 선임, 2026년 초까지 한국 발레를 이끌게 됐다.

강 단장은 5일 오전 10시 서울 서계동에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은데 이어 오후 1시 서초동 국립예술단체 공연연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 향후 발레단의 비전을 밝혔다.

지금까지 진행해왔던 사업들을 이어가면서 보다 확장시키기 위해 ▲국내 안무가 발굴을 통한 국립발레단만의 레퍼토리 확보 ▲세계 발레의 최정점 공연권 확보를 위한 발판 마련 ▲전국민 문화향유를 위한 발레교육 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수진 단장은 자신의 4연임에 대해 “통상적인 일은 아니지 않느냐. 꿈도 못꿨다”며 “앞으로의 임기 동안 국립발레단 100년을 위한 계획을 서두르지 않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매 임기가 끝날 때마다 그 다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다시 한 번 더 연임이야기가 나왔을 당시에는 지쳐있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저는 하루가 끝나면 감사하고, 다음날이 시작되면 또 거기에 감사하는 타입이에요. 당연히 임기가 끝날 때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고,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국립발레단은 저에게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단체이고, 단원들과 이야기하며 에너지를 받았어요. 발레단의 발전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결정을 내렸죠.”

강 단장은 이날 여러차례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그는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일이 아니다”라며 발레단 가족들과 후원자들, 국내 발레 팬들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제가 원석같은 단원들로 보석같은 무용단을 만들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 코로나19 시기에는 어려웠지만 해외 유명 안무가들이 내한해 단원들을 지도하고 수준을 높였습니다. 단원들이 정말 많은 성장을 이뤘어요. 이제 세계 곳곳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인지도도 높아졌습니다.”

그는 4연임을 할 수 있었던 자신만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질문에 “저는 앞에 서는 게 아니라 뒤에서 미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는 “단원들에게 기회를 주고, 안무가들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타입이라 항상 단원들에게 물어본다. 그래야 더 좋은 결과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 단장은 국립예술단체장 임명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해외의 경우 차기 단체장이 임기 시작 몇년 전에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도 그런 식으로 하면 미리 준비할 시간이 주어져 더 좋은 질의 다양한 작품을 더욱 많이 무대에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말 더 대박이 날 것”이라고 했다. 또 “준비할 시간이 빠듯했지만 이제까지 해온 경험 바탕으로 힘을 낼 것”이라고 했다.

강 단장에 따르면 국립발레단은 레퍼토리 확보를 위해 독일·스위스·프랑스 등 유럽과 북미 7개국 투어를 추진한다.

국립발레단 단원 송정빈이 안무한 ‘해적’은 오는 5월 독일 비스바덴에서 열리는 100여년 역사의 ‘인터내셔널 메이 페스티벌’에 초청돼 공연을 올린다. 강 단장은 “페스티벌 측에서 전 세계가 공감할 클래식 작품을 초청하길 원했고, 우리에게 ‘해적’이 있었다”며 “비용을 페스티벌 측에서 제공하는 행사로, 해외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기대된다”고 했다.

강수진 단장은 국내 관객들에게 세계 발레의 정수를 선보이기 위해 현존하는 최고의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공연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 노이마이어는 방한이 오는 8월 방한, 강 단장과 공연에 대한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강 단장은 “존은 무용수에게 영감을 받아야만 배역을 맡길 수 있다는 까다로운 조건으로 유명하다”며 “공연권 확보를 위한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아가고자 한다”고 했다.

전 국민의 문화향유를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강 단장은 “전국 공연장들을 찾아 갈라부터 전막까지 문화 소외계층을 줄일 수 있도록 공연을 이어갈 것”이라며 “서울과 지방 공연의 비중이 5대 5 정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또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발레꿈나무들을 키우는 사업들도 지속성을 갖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 단장은 이날 국립발레단 신작 ‘돈키호테’를 소개했다. 송정빈의 두번째 전막 발레 재안무다.

강수진 단장은 “세계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작품인 ‘돈키호테’를 재안무 하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발레단 재임기간동안 늘 대한민국만의 발레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고, ‘허난설헌-수월경화’, ‘호이 랑’, ‘해적’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이제는 대한민국 발레가 우리만의 레퍼토리 확장을 통해 세계 여러 국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성장했다’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돈키호테’가 안무적으로나 테크닉적으로나 한국발레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무가 송정빈은 ‘돈키호테’의 캐릭터와 극의 줄거리 등에 크고 작은 변화를 줬지만 고전이 가진 감동과 힘은 원작 그대로 이어가고자 했다.

꿈속에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희망과 이상향에 대한 오마주 2막 ‘드림씬’을 대폭 수정, 보완해 원작과는 완벽히 다른 모습으로 탄생시켰다. 또 ‘돈키호테’의 이상향인 ‘둘시네아’와 파드되(2인무)를 추는 장면을 새롭게 안무, 테크닉을 요구하는 동작들을 많이 넣고 돈키호테의 비중을 높였다.

특히 드림씬에서는 1인2역의 둘시네아가 아닌 오롯이 돈키호테의 이상향인 둘시네아만을 출연시키고, 동시에 원작에는 없는 ‘둘시네아’와 ‘젊은 돈키호테’의 파드되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 꿈을 이루고 싶은 돈키호테의 마음을 담았다. 원작의 감동을 이어가기 위해 하이라이트 장면인 ‘키트리의 캐스터네츠 솔로’와 ‘결혼식 그랑 파드되’ 장면 등은 그대로 유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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