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 명장 정관 스님 인터뷰
佛르코르동블뢰 파리 학과장에 사찰음식 정신-조리법 등 전수
“식재료 본연의 맛 살리려면, 생명에 관한 깊은 성찰 필요”
“인도, 중국, 일본, 동남아 등 불교가 전파된 나라에도 우리처럼 사찰 음식이 다양하게 발달한 곳은 없습니다. 유럽에서도 먹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는 우리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지요.”
지난달 29일 전남 장성군 백양사 천진암. 이곳 암주(庵主)인 정관 스님(62)이 한 외국인 요리사에게 사찰음식의 정신과 함께 조리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었다. 정관 스님은 2016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에도 출연한 자타가 공인하는 사찰음식 명장이다. 정관 스님의 설명에 연신 고개를 끄떡이며 감탄을 금치 못하는 사람은 미슐랭 스타 셰프이자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르코르동블뢰 파리 본교 학과장 에리크 브리파르였다. 르코르동블뢰 런던·파리 캠퍼스는 2020년부터 채식 요리 과정에 한국 사찰음식을 정규 강좌로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브리파르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사찰음식을 배우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프랑스 최고의 장인에게 수여하는 ‘메이외르 우브리에 드 프랑스(Meilleur Ouvrier de France)’상을 받았다.
이날 정관 스님은 브리파르와 함께 ‘눈개승마 간장무침’ ‘머위 된장무침’ ‘오이 고수 갓 양념무침’ ‘더덕 고추장조림’ 등 다양한 나물무침을 만들며 조리법을 설명했다.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에게 한국 사찰음식은 맛과 영양은 물론이고 만드는 법까지 신기한 듯 보였다. 브리파르가 “채소에 소스를 바를 때 저는 도구를 사용하지, 스님처럼 손으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정관 스님은 “나물을 데치면 서로 엉키기 때문에 젓가락으로 무치면 속까지 양념이 배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나물에는 물이 많아 양념이 속까지 안 가고 겉에만 배면 음식이 싱거워져 맛이 없게 된다. 그래서 한국음식, 사찰음식을 손맛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리파르는 처음 나물무침을 먹어보고 “양념이 좀 강한 것 아니냐”고 했다. 정관 스님이 “우리는 반찬과 함께 밥과 국을 먹기 때문에 그게 맛의 균형을 더 이루게 한다”고 하자 브리파르가 무릎을 쳤다고 한다.
정관 스님은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최근 인도 뉴델리 찬디왈라 조리대학에서 표고버섯 조청 조림, 두부장 채소 겉절이 등 한국 사찰음식 시연회를 가졌다. 또 이탈리아 케이블 채널인 SKY 방송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 셰프 이탈리아 시즌 12’에 초대 손님이자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간장에 숙성시킨 연근 등 한국 사찰음식을 선보였다.
정관 스님은 “우리 사찰음식의 매력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듯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음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식재료를 알아가는 것과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은 결국 같은 것이고, 그 자체가 이미 수행”이라고 말했다.
정관 스님은 세계적으로 우리 사찰음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는 “사찰음식은 건강은 물론이고 먹으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우리가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생명 존중의 친환경 K푸드”라며 “불교계는 물론이고 정부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사찰음식을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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