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를 둔 중학생 도훈이는 힘들 때면 마을 언덕에 있는 느티나무를 찾는다. 둘레가 10m가 넘는 느티나무 안엔 자그마한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학원에 가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출신 아이들이 모여 공부한다. 아이들은 느티나무의 정령과 함께 논다.
어느 날 마을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돈다. 아파트를 짓기 위해 느티나무가 서 있던 언덕을 없앤다는 말까지 나온다. 도훈이는 친구들과 함께 ‘레인보우 크루’를 만들고, 느티나무를 보호하는 활동을 하기로 마음먹는데…. 도훈이와 친구들은 느티나무를 지켜낼 수 있을까.
김중미 작가(60·사진)가 최근 출간한 장편소설 ‘느티나무 수호대’(돌베개)는 다문화 아이들의 성장기를 그린다. 청소년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2001년·창비)로 유명한 김 작가는 지난해 4월 장편소설 ‘너를 위한 증언’(낮은산)을 냈다.
신작은 가상의 마을인 대포읍이 배경이다. 대포읍에 사는 아이들은 절반 이상이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아이들은 자주 편견에 가로막힌다. 중국에서 온 엄마 아빠가 마라탕 가게를 하는 금란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으로 꺼지라”는 말을 듣는다. 베트남에서 온 민용이는 ‘동남아 울보’로 불린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뒤 검은 피부색 때문에 놀림받던 니카는 친구들에게 “속상하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괭이부리말 아이들’에서 판자촌 아이들이 절망하지 않았듯, 이번 책에서도 아이들은 희망을 찾는다. 김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희망은 언제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슬픔과 절망을 거름 삼아 싹을 틔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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