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의 실물이 프랑스 현지에서 반세기 만에 공개된다.
1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파리에 있는 프랑스국립도서관은 12일(현지 시간)부터 7월 16일까지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를 열고 직지를 선보인다.
인류의 인쇄술을 다루는 이번 전시에서 직지는 인쇄술의 발명과 역사를 짚는 첫머리를 장식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 판목(版木)인 ‘프로타 판목’(1400년), 유럽 최초 금속 활자본인 ‘구텐베르크 성경’(1455년) 등도 함께 전시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직지가 세계 최고 금속 활자라는 중요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직지는 고려 말 승려 백운(1298~1374)이 고승들의 어록을 가려 엮은 것으로 1377년(고려 우왕 3년)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됐다.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78년 앞선다. 전체 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로, 원래 상·하 2권인데, 남아있는 것은 하권이다.
직지는 조선 말기 주한 대리공사를 지낸 프랑스인 콜랭 드 플랑시(1853∼1922)가 수집해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최초로 전시했다. 이후 경매로 직지를 구입한 프랑스 예술품 수집가의 유언에 따라 프랑스국립도서관에 1950년 기증됐다.
오랫동안 도서관 서고에 묻혀 있었으나 1972년 이 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고 박병선 박사(1928~2011)가 재발견하며 세상에 존재가 알려졌다. 1972년 ‘세계 도서의 해’에 이어 1973년 ‘동양의 보물전(展)’에서 마지막으로 실물이 공개됐다. 이후 50년간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인쇄사적 의미를 인정받아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전시 기간 프랑스 현지에서는 직지의 가치와 의미를 알리는 행사도 열린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은 13일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직지의 편찬 배경을 짚고 한국 불교의 인쇄 문화유산을 다루는 콘퍼런스를 연다.
조계종 총무원 범종 스님이 이번 콘퍼런스에서 직지의 우수성과 한국불교 문화유산을 소개할 예정이다. 조계종은 “범종 스님은 현지에서 직지의 불교 선어록으로서 가치와 의미, 중국선과 한국의 간화선의 특징을 설명할 예정”이라며 “또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8세기 중엽),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1237~1248) 등 통일신라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우수한 한국 불교문화도 함께 소개한다”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