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에 따르면 경포호 근처에 있는 정자인 ‘상영정’이 이날 전소됐다. 1886년 향토유림인 상영계가 건립한 상영정은 비지정문화재지만,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소였다. 상영정이 있던 자리엔 까만 기와 조각만 남은 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강원도 유형문화재인 ‘방해정’은 가옥 형태만 남긴 채 대부분 소실됐다. 방해정은 조선 철종 10년(1859년)에 통천 군수가 벼슬에서 물러난 후 관청 건물 일부를 헐어 지은 정자다. 방해정에 살고 있는 권천수 씨(62)는 “어머니가 애지중지 관리하시고 문화재로도 지정된 집인데 한순간에 타버려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관동팔경 제1경으로 꼽히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경포대, 국가민속문화재인 선교장 인근까지 한때 불이 번지자 문화재청은 경포대 현판 7개를 떼어 인근 오죽헌박물관으로 옮겼다. 강릉시는 이 문화재들 인근에 물을 뿌려 불이 옮겨붙지 않게 했다. 경포호 주변 사찰 ‘인월사’는 불에 타 전소됐다. 인월사는 문화재는 아니다.
경포대 일대는 불길이 진압된 뒤에도 나무 타는 냄새로 가득했다. 정자 인근 소나무들은 밑동이 새까맣게 그을렸고 나무 주변의 풀과 꽃도 모두 타버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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