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전국 평균 기온은 9.4도로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기온이 높은 날이면 지하철에서는 어김없이 차가운 바람이 나왔다. 조금만 땀이 나도 에어컨 전원을 켜는 건 정상일까?
산업혁명 이후 최고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에어컨과 냉매의 역사를 추적한 책이다. 1851년 최초의 에어컨이 발명됐을 때 미국인은 이 기계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더우면 그늘이나 마루, 실내에서 땀을 식히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 도시가 발달하며 상황은 변했다. 증권거래소에서 시작된 에어컨 사용은 가정집으로 퍼졌고, 햇볕이 그대로 들어오는 유리 통창과 콘크리트 구조로 건물이 바뀌며 에어컨 사용은 더욱 확산됐다. 그러자 냉매는 오존층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다. 1987년 3월 오존층이 특히 얇았던 어느 날 미국 뉴욕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던 6명이 망막에 화상을 입고 부분적으로 실명했다. 1987년 국제사회는 몬트리올 협약으로 프레온가스 생산을 중단시켰지만, 프레온가스는 암암리에 계속 사용되고 있다.
저자가 ‘결코 냉매를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냉매가 지구를 망치는데도 그것을 이용하는 안일함을 역사, 철학 등 다양한 이야기와 섞어 풀어내면서 기술 개발로는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땀과 불쾌함은 여름의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1인분의 안락함’이 아닌 공동체의 안녕을 생각하는 사고의 전환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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