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변하는 도시에서 잠시 멈추고 싶은 마음. 그것이 지금도 에드워드 호퍼가 사랑받는 이유일 겁니다.”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20일부터 국내 최초로 에드워드 호퍼(1882∼1967) 개인전이 열리는 가운데 이 전시를 공동 개최하는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의 애덤 와인버그 관장(69)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03년부터 20년 넘게 관장을 맡고 있으며, 휘트니미술관은 가장 많은 호퍼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17일 만난 그는 호퍼에 대해 “미국의 향수를 자극하는 작가”라고 말했다. 그는 “호퍼가 작품 활동을 했던 1920, 30년대는 뉴욕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등 고층 건물이 들어서던 시기지만 그의 그림엔 마천루가 없다”며 “일상이 급변하고 개개인이 단절되는 상황에 집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호퍼 작품으로 고요한 아침 텅 빈 상점을 그린 ‘오전 7시’를 꼽았다.
“평범한 상점 옆 숲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호퍼의 작품에서는 곧 무슨 일이 일어날 듯한 상황을 자주 볼 수 있죠.”
이러한 분위기는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이런 인물들은 창밖에서 움직이는 도시를 보며 변화를 기다리는 듯 하다. 와인버그 관장은 “호퍼는 친구도 적었고 자식도 없었으며 아내와 한 아파트에서 50년을 살았다”며 “그는 시간이 멈추길 바랐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이해했던 것 같다”고 했다.
당시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 되기 직전이었는데, 호퍼는 왜 과거를 그리워했을까. 그는 “허드슨 강변 작은 마을에서 자란 그가 도시 생활의 속도를 불편하게 느낀 것”이라며 “그럼에도 도시를 완전히 거부하진 않았다”고 했다.
“서울처럼 큰 도시에 살면 모든 것이 항상 변하죠. 매일 새 건물이 지어지고 오랜 건물은 철거됩니다. 그런데 평범한 상점도 충분히 시간을 갖고 보면 시적 면모가 있어요. 도시인들은 호퍼 작품에서 여유를 갖고 싶은 마음에 공감할 겁니다.”
그는 한국 관객들이 전시장에 오면 한 작품 한 작품씩 오래 들여다보길 권했다. 모니터나 책으로는 볼 수 없는 붓터치를 직접 보며 작가가 어떻게 생각하고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호퍼가 습작으로 그렸던 여러 드로잉을 통해 사실적인 표현을 연마한 흔적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 휘트니미술관에서 한국계 작가인 크리스틴 선 킴의 개인전이 열린다고 밝혔다. 그는 “휘트니미술관은 미국 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우리 미술관이 1982년 백남준 회고전을 최초로 열었듯 한국계 미술가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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