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00년 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숲이 감소했고, 이는 국가 권력의 형성과 농지 개간, 촌락의 구획 등으로 인한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서민수 한국생태환경사연구소 연구원은 8일 열린 한국고대사학회 학술대회에서 ‘국가형성기 숲의 생태환경과 경관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서 연구원은 퇴적물에 있는 꽃가루의 분포와 총량을 분석하는 화분학(花粉學) 자료와 역사서 삼국지, 삼국사기 기록을 함께 연구했다. 퇴적물에 수목 꽃가루 비율이 높을수록 숲이 조밀했던 것으로, 풀과 같은 비(非)수목 꽃가루 비율이 높을수록 숲이 줄어들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같은 분석에 따르면 한반도 지역은 대체로 약 2000년 전 숲이 감소했다. 농지 개간이 상대적으로 쉬운 남·서해안 저지대는 숲 감소가 더욱 빨랐다. 이 시기 해당 지역에서는 나무가 아닌 비(非)수목 꽃가루 비율이 뚜렷이 증가했다. 이 같은 한반도의 숲 경관 변화는 사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삼국사기에는 “(백제 다루왕 6년) 2월 영을 내려 나라 남쪽의 주·군에 처음으로 논을 만들게 하였다”고 나온다. 서 연구원은 “지배층이 농업에 매진하도록 강제하면서 미개척지의 농토 전환에 속도가 붙었을 것”이라며 “숲의 감소는 고대 국가의 등장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3세기 중엽 고구려가 있었던 만주 남부 산간지대는 여전히 개간되지 않은 숲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삼국지 동이전의 “좋은 농토가 없어 부지런히 농사지어도 먹기에 부족하다”는 고구려 소개와도 일치한다. 서 연구원은 “험준한 산지가 많은 생태환경이 비교적 늦은 시기까지 조밀한 숲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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