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 치일 때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곳, 제주. 시야에 모두 담을 수 없는 제주의 바다와 하늘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도피하고 싶다. 제주에서 영영 여행하듯 살아볼까? 한데 지금 편한 이 생활을 버릴 수 있을까….
이렇게 제주살이를 꿈꾸지만 막막한 이들을 위한 길잡이 같은 책이다. 5∼10년간 제주로 터전을 옮겨 살아본 다섯 명의 저자가 환상을 걷어낸 제주살이의 진짜 모습을 털어놓는다. 이들은 제주 ‘이주’라고 표현한다. 여행일 땐 못 느꼈던 무심한 이웃의 말투나 도시와는 다른 분위기의 운전 문화 등이 곧 익숙해져야 할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배송이다. 저자들은 필요한 물건은 더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게 됐다고 한다. 심사숙고하며 주문을 미루다가 때맞춰 배송을 받지 못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던 탓이다. 이제는 직전 주문 내역을 보고 같은 물건을 바로바로 주문한다고. 아이의 학교는 태풍 예보만으로도 휴교다. 처음엔 불평했던 저자도 다음 날 대로변에 놓인 바윗덩이를 보곤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전까진 절대 나가지 않게 됐다. 비상식량도 구비해 놓는 게 좋다.
저자들은 나이나 하는 일, 이주의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낯설더라도 진심을 다해 하루하루를 채워 나가려 애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제주살이를 그저 꿈으로만 남기지 말길, 조금 더 용기를 내길” 바란다. 나아가 “사실 꼭 제주에 살아서 좋은 것이 아님을. 어디서든 내 마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다만 나는 제주에서 운명처럼 그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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