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손가락이 연꽃잎처럼 서로 밀착되게 손바닥을 붙이시고요, 팔목은 명치 근처에 오게 올리고 합장해주세요.”
삶의 쉼표가 필요할 때, 마음이 쉬어갈 만한 곳으로 템플스테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 25일 기자가 찾은 곳은 200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템플스테이를 시작한 대한불교조계종 직지사(直指寺·경북 김천). 신라 눌지왕 2년(418년) 아도 화상이 창건한 천년 고찰로 사명대사가 출가한 유서 깊은 곳이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이 다녀간 뒤에는 BTS 팬클럽 ‘아미’의 성지가 됐다.
직지사는 체험형(금·토, 일·월 1박 2일)과 숙박 기간과 관계없는 휴식형(월요일 제외) 템플스테이를 제공하고 있다. 체험형은 예불, 스님과의 차담, 108배 및 연등 만들기, 사찰 산책, 명상 체험 등을, 휴식형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물론 원할 경우 저녁 또는 새벽 예불을 드리거나 걷기 명상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두 종류 모두 사찰 관람으로 시작되는데, 오랜 역사만큼 경내에는 대웅전(보물 제1576호), 대웅전 앞 동서삼층석탑(보물 제606호), 도리사 금동육각사리함(국보 제208호) 등 볼거리가 많다. 전명자 문화관광해설사는 “문화재 외에도 직지사는 사명대사 명상길 등 울창한 소나무와 산수유, 철쭉, 개나리, 목단 등이 어우러진 정갈하고 운치 있는 산책길이 일품”이라며 “오랜 세월 큰 스님들이 공들여 가꾼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한창 설명을 듣는데 옆을 보니 웬 소녀가 함께 듣고 있다. 누구냐고 물어보니 ‘아미’란다.
스님과의 차담은 템플스테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밤은 깊어져 가고, 비도 내리고, 방 안 가득한 차향에 취해 건방지게 선문답을 던졌다.
“친한 후배가 저를 서운하게 했는데, 분해서 못 견디겠습니다.” “후배가 서운하게 한 건 시주님 의도와 관계없이 일어난 일이지요. 그런데 어떻게 되갚아 줄까 생각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화가 난다고 술을 먹고 그러다 울컥해 가족이나 친구에게 화풀이라도 하게 되면 이건 모두 시주님이 스스로 만든 일입니다. 후배를 미워하는 게 결국 자신을 괴롭히고, 고통을 확대 재생산하는 걸로 이어지는 거죠. 차라리 그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내 행복을 위해 쓸지를 생각하는 쪽으로 돌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부처님을 뵙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생각해보니 되갚아줄 생각은 하면서도 실제로 행동에 옮길 방법은 없다. 그러면서도 늘 그 생각에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으니…. 말이 나온 김에 예정에는 없었지만, 다음 날 새벽 예불에 참석하기로 했다.
아침 예불은 새벽 4시 반에 30분 동안 이뤄진다. 전날 비가 온 탓인지 아직은 쌀쌀하다. 새벽 공기를 가르는 예불 소리에 맞춰 부처님께 절을 하는데 10번이 넘어가자 금방 땀이 나고 다리가 펴지지 않는다. ‘스님, 휴식형이라면서요….’ 아침 공양은 죽. 가끔 찰밥과 미역국이 나올 때가 있는데 이날은 스님들이 머리 깎는 날이라고 한다. 정확한 유래는 모르지만, 머리를 깎아 빠진 기를 보충하기 위해서라는 속설이 있다.
직지사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 통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미국 ABC 방송국 TV 드라마 ‘더 루키(The Rookie)’ 총괄 프로듀서인 미셸 채프먼이 가족과 함께 방문했는데, 사찰의 매력에 반해 직지사의 아름다움과 사찰음식 등 두 편을 제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특정 종교시설에서 하는 거라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템플스테이는 아주 쉽게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 휴식형은 물론이고, 체험형도 정해진 프로그램 시간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경내를 다니며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천년 사찰의 고즈넉함을 즐길 수 있다. 오가며 만나는 스님들과의 대화는 덤. 직지사 바로 아래에는 직지문화공원, 사명대사 공원 등이 조성돼있는데 야경이 일품이다. 저녁 공양을 마치고 산책 삼아 슬슬 내려와 걷다 보면 템플스테이가 주는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조계종에서 제공하는 템플스테이 사찰과 프로그램 및 예약은 템플스테이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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