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 성훈, 김우빈, BTS 진, 진서연, 최은주…. ‘몸짱’으로 유명한 수많은 연예인들의 몸을 만든 체육관 관장이 있습니다. 운동만 잘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신들린 애드리브와 부릅뜬 큰 눈의 ‘호랑이 관장님’ 캐릭터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인물, ‘바디스페이스’ 양치승 관장(48)을 <복수자들>이 만났습니다.
지금은 ‘연예인 트레이너’로 유명한 그도 과거엔 배우 지망생이었습니다. 심은하, 한효주 같은 톱스타들이 다녔던 연기학원을 다니며 코믹 액션 배우를 꿈꿨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과 허리 디스크 부상 등으로 꿈을 접게 됩니다. 주차 아르바이트, 은행 청원경찰 등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다가 포장마차를 차려 운영하던 중 좋은 기회를 만나 20여 년 전 처음 체육관(헬스장)을 차리게 됩니다.
그는 타고난 사업가였습니다. 망해가는 헬스장을 인수해 흑자를 낸 뒤 되파는 방식으로 큰 돈을 모았습니다. 성실히 모은 돈으로 2008년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그만의 고유 브랜드 ‘바디스페이스’를 차렸습니다. 그는 15년 째 같은 자리에서 ‘양치승 관장’으로 통합니다.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사업에서 큰 성공도 거두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도 당하고…. 인생에서 온갖 희로애락을 겪은 그는 “인생은 영화 같다. 내 인생엔 코믹, 액션, 멜로, 공포, 스릴러가 다 담겨 있다”며 지금은 웃어넘길 수 있다고 합니다.
―원래 배우를 꿈 꾸셨는데, 꿈은 왜 접으신 건가요? “당시 고등학교 졸업하고 코믹 액션 장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심은하, 한효주 같은 사람들이 다녔던, 엄청 유명한 연기 학원에도 다녔어요. 근데 군대에서 허리 디스크를 다쳐서 제대하자마자 병원에 입원해야 했어요. 수술비가 없어서 디스크 수술은 못 받고 밤새도록 혼자 재활운동을 해서 겨우 퇴원했죠. 돈도 없고 몸도 성하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배우 꿈은 접었어요. 일단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주차장 아르바이트, 은행 청원경찰 같은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어요.”
―그러다가 체육관을 시작하셨는데 계기가 궁금해요. “제대로 된 일을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살면 평생 이렇게 살게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포장마차를 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어요. 포장마차 운영하면서 알게 된 보디빌딩 국가대표 선수들과 인연이 되어 1990년대 후반 첫 체육관을 차리게 됐어요. 그 당시 저는 가진 게 없고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다 보니 열심히 일하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간절했기에 정말 열심히 살았죠. 하루 종일 헬스장에 머물면서 회원들 이름 다 외우고 한 명씩 운동도 가르쳐드렸어요.”
그렇게 시작한 헬스장 사업은 점점 규모가 커졌습니다. 타고난 사업가였던 그는 영업 이익이 낮은 헬스장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해 회원 수를 불린 뒤 다시 파는 식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한 달 수익이 10~20만 원에 불과했던 헬스장을 월 수익 5~600만 원으로 만들어 권리금을 높여 팔았던 겁니다.
―망해가는 헬스장들을 인수하신 이유가 뭔가요? “일부러 망한 헬스장들만 찾아다녔어요. 처음부터 헬스장을 키워서 되팔겠다는 마음보다는 기존 헬스장도 살려내지 못하면 나에게 헬스장을 운영할 능력이 없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회원수는 많은데 영업이익이 0원에 가까운 헬스장부터 회원수가 아주 적은 헬스장까지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면서 노하우가 쌓였어요.”
―헬스장을 살리는 비법은 뭔가요? “방법은 하나 밖에 없어요. 진심이에요. 만약 헬스장이 오전 6시에 오픈하잖아요? 그럼 저는 6시부터 헬스장에 나가서 회원들을 맞이해요. 회원수가 500명 넘어도 얼굴과 이름을 한 명 한 명 다 외우고 인사해요. 문 닫을 때까지 하루 종일 헬스장에 머물면서 직접 운동 가르쳐주고 대화도 나눴어요. 그렇게 하다보니 동네에 입소문이 쫙 나는거죠.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성실하면서 진심을 다하니까 알아주시더라고요.”
노원 인근에서 시작한 헬스장은 노량진을 거쳐 지금은 강남구 논현동 ‘바디스페이스’가 됐습니다. 일반인에게만 핫한 헬스장이 아닙니다. ‘나 혼자 산다’에 함께 나왔던 배우 성훈뿐 아니라 한효주, 김우빈, BTS 진, 진서연 등 많은 스타들이 그에게 운동을 배웠습니다.
―‘연예인 PT 쌤’으로도 유명하세요. 연예인 고객 유치 비법이 있으신가요? “‘바디스페이스’가 있는 논현동에는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배우 지망생들이 많이 살았어요. 저희 헬스장은 월 3만 원으로 회비가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편인데 그조차도 부담스러워서 운동을 그만두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친구들한테 그냥 편하게 돈 안 내도되니 와서 운동하라고 했어요. 여기서 오랫동안 헬스장을 운영하다보니 그때 회원이었던 친구들이 다 잘 된 거예요. 인연은 그런 식으로 생기더라고요.”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가족처럼 믿었던 동생에게 크게 사기를 당해 다시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힘든 때도 있었습니다.
―크게 사기를 당하신 건가요? “헬스장 회원이었는데 막냇동생 삼고 싶을 정도로 좋아했던 친구였어요. 헬스장 일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일을 맡겼는데 처음엔 관리를 너무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친구를 믿고 여러 지점 운영을 맡겼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의심 가는 행동을 했어요. 근데 제가 이 친구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동생을 믿지 못하는 내가 나쁜 놈이구나’하며 오히려 저를 자책했어요. 5년 정도 지난 후에 보니까 그 친구가 여러 지점의 장부를 빼돌렸더라고요. 수억대의 손해를 봤어요. 근데 돈보다 사람을 잃었다는 게 큰 충격이었어요.”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았으니 배신감으로 후폭풍이 심하셨을 것 같아요. “사기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일주일 정도가 제일 심했어요. 아침에 눈을 딱 뜨잖아요. ‘어제까지 있었던 일들이 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일어나자마자 그 친구에게 예전처럼 전화까지 걸었던 적도 있어요. 충격이 너무 커서 사기 당했단 사실을 잊어버린거죠. 한동안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었어요. 가족 같은 사람한테 제겐 인생이나 다름없는 체육관을 맡긴 거였어요. 그러다보니 술을 엄청 찾았어요. 체육관에 운동하러 온 회원들이랑 운동은 안 하고 술만 들입다 마셨죠.”
배신감과 분노를 잊기 위해 틈만 나면 술을 찾았습니다. 4년 넘게 매일같이 과음하는 생활을 지속하던 중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체지방률은 40%에 육박했고 체중은 100kg가 넘은 겁니다.
―피 검사 했을 때 엄청 충격을 받으셨다고요? “피가 맑아야 하잖아요. 찐득찐득해서 혈액 순환이 안 될 정도였어요. 이래서는 건강까지 버리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회원들과 술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순간 괴로움은 잊을 수 있잖아요. 너무 괴로웠던 거예요. 몸이 망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술 마시는 걸) 멈추질 못했어요.”
―다시 운동을 시작하신 계기는요? “아직도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해요. 2016년 1월 2일이에요. 연말연초 술을 엄청 마시고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는데 정말 짐승이 따로 없더라고요. 4년 동안 하루도 안 빼놓고 술 마시고 운동도 거의 안 했으니까요.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봐도 이건 정말 아니더라고요. 그날부터 운동을 다시 시작했어요. 하루 4~6시간, 길게는 8시간 정도. 시간 나는 대로 미친 듯이 했어요.”
시간 날 때마다 운동에 매진했던 그는 8개월 만에 ‘완벽한 바디 핏(body fit)’을 회복했습니다. 되찾은 건 건강한 신체뿐이 아니었습니다.
―몸이 건강해지니 마음도 괜찮아지던가요? “몸도 몸이지만 멘탈이 정말 좋아졌죠. 몸을 만들고 나서 지난 4년을 술로 허비한 게 너무 아까웠어요. 진작 운동했으면 더 빨리 힘든 걸 잊고 더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뿐만 아니라 운동하면서 정신이 건강해진 케이스가 많아요. 저희 헬스장에 우울증 환자들이 되게 많았는데 운동하면서 되게 건강해지더라고요. 운동 경력을 활용해서 다른 사업을 시작한 친구들도 많고요. 운동을 하면 삶이 180도 바뀝니다. 진짜예요.”
몸과 마음이 회복되자 그에겐 새로운 기회도 찾아왔습니다. 헬스장 회원이었던 배우 성훈과 함께 MBC ‘나 혼자 산다’ 출연 제의를 받은 겁니다. 먹는 걸 좋아하는 성훈을 엄하게 혼내는 ‘호랑이 관장’으로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20대 초반의 꿈을 이제 이루신 거네요. 배우는 아니지만 방송에 출연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니까요. “44살이 된 후에야 꿈을 이뤘다고 볼 수 있네요.(웃음) 돌이켜 생각해보면 스무살 때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고 싶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가짐이었기 때문에 (당시) 잘 안 풀린 게 아닐까 해요. 그때 제가 잘 됐다면 지금 같은 겸손한 마음을 갖지 못할 거예요. 지금의 저는 늦게라도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게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거든요. 주변 사람에게도 더 잘 하고 베풀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방송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때가 언제인가요?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분이셨어요. 어릴 땐 집에 들어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출연 제의를 받고 처음엔 고민했어요. 방송에 나가 내 부모를 욕하는 것 같잖아요.
근데 제가 나온 영상에 한 댓글을 봤어요.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던 30대 여성이 집에 암막 커튼을 달고 갇혀 살았는데, 제 영상을 보고 용기를 얻어서 세상으로 다시 나오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걸 봤을 때 정말 방송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즐거움뿐 아니라 마음까지 어루만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는 “방송 출연 기회가 주어지면 책임감을 갖고 정말 잘 해야 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이러다 체육관 접고 방송인으로 전업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방송인과 체육관 관장, 하나만 선택하라면 저는 무조건 체육관 관장입니다. 방송에 나오는 게 재밌긴 하지만 체육관만큼은 아니에요. 저는 지금도 하루 종일 체육관에 머물면서 운동하러 오시는 회원님들과 수다 떨고 운동 가르쳐드리는 게 좋습니다. 이곳에 있을 때 가장 편하고 행복하거든요.”
복수자들
영화 ‘올드보이’ 속 오대수가 15년 간 군만두만 먹으며 칼을 갈았던 복수? 아닙니다. ‘킬빌’의 블랙맘바가 자신을 죽이려 한 보스를 처단하는 복수? 그것도 아닙니다. ‘복수자들’은 복수(複數)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한 가지 일만 하고 살기엔 지루하다고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다고요? 본캐와 부캐, 양쪽을 오가는 복수자들이 직접 도전과 병행의 노하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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