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박물관서 창간 100주년 특별전
잡지 150여점 등 자료 325점 전시
이원수 ‘고향의 봄’ 동요 가사 싣기도
“어린애 잡지를 누가 거들떠보기나 할 듯 싶으냐고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될 터이니 하지 말라고 말렸습니다. …안 될 일일수록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손대는 사람이 있겠소. 낭패하더라도 낭패하는 그날까지 억지로라도 시작해야지요.”
1923년 3월 20일 어린이들을 위한 한글 잡지 ‘어린이’를 창간한 소파 방정환(1899∼1931)은 1928년 햇수로 창간 6년을 기념하는 제7권 제3호에 이런 글을 남겼다. 모두가 실패할 거라고 했던 이 잡지는 창간 후 폐간되는 1935년까지 122호가, 광복 후인 1948년 5월 복간돼 총 137호가 발행됐다. 한때 독자 수가 10만 명에 달했다.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은 ‘어린이’ 창간 100주년을 기념해 ‘어린이’ 잡지 150여 점을 비롯해 관련 자료 총 325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어린이 나라’를 4일부터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창간호를 포함해 방정환이 1923년 동화 ‘백설공주’를 번안해 소개한 ‘어린이’ 제1권 제5∼7호, 어린이가 쓴 문예작품을 실은 부록 ‘어린이신문 제1호’ 등 실물이 처음 공개된다. 전시 제목은 “죄 없고 허물없는 평화롭고 자유로운 하늘나라! 그것은 우리 어린이의 나라”라고 쓴 창간사에서 따왔다.
‘어린이’는 어린이에게 세계를 보여주는 창이었다. ‘어린이’는 1925년 2월부터 매달 일본, 미국, 영국 등 세계 각지의 사진 화보를 실었다. 전시에서는 해외 풍경 사진뿐 아니라 당대 지식인들이 우리말로 옮긴 세계 명작 아동문학 ‘석냥팔이(성냥팔이) 소녀’ ‘ 현철이와 옥주(헨젤과 그레텔)’ 등이 실린 호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어린이’는 어린이에게 우리말로 자신의 생각을 쓰게 했다. 이 잡지는 폐간될 때까지 어린이 독자들의 창작 작품을 받아 실었다. 전시에서는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가 15세 때 ‘어린이’ 제4권 제4호에 발표한 동요 가사 ‘고향의 봄’과 그의 부인인 가수 최순애(1914∼1998)가 ‘어린이’ 3권 11호에 발표한 동요 가사 ‘오빠생각’도 소개된다. 처음 공개되는 부록 ‘어린이세상’ 제28호(1929년)에는 어린이 독자들을 향해 “생각하는 그대로 쓰라”는 당부가 담겼다.
김민지 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어린이’를 통해 국내 창작 아동문학이 싹텄을 뿐 아니라 어린이 공동체가 형성됐다”며 “일제강점기 어린이들은 이 잡지를 통해 이야기를 터놓으며 고립되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고 했다. 8월 20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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