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NGO 활동 서우석 선교사
“2008년 미군 의무병 파병으로 인연
기술학교 학생들 위험에 처해 나서”
“더 많은 아프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쉽지요….”
2021년 8월 무장 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한 이후 인권은 고사하고 생명조차 쉽게 장담할 수 없는 땅이 된 아프가니스탄. 국제 비정부기구(NGO) 힘펀드 월드와이드(HEME fund Worldwide) 대표인 재미교포 서우석 선교사(55)는 이때부터 100명이 넘는 아프간 사람들을 국외로 탈출시켜왔다. 지난달 20여 명을 브라질로 탈출시킨 뒤 잠시 한국을 찾은 그는 2일 “미군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을 때 만난 한 할아버지와의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원래 미군 출신인가.
“2008년 40세에 뒤늦게 미군에 입대한 후 이듬해 의무병으로 아프간에 파병됐다. 하루는 한 할아버지가 맨발로 부대를 찾아왔는데, 염증으로 발이 피범벅이었다. 치료는 해줬지만, 경황이 없다 보니 맨발로 돌아가는 걸 보면서도 신발을 챙겨줄 생각을 못 했다. 그게 마음에 걸려 현지에서 의료봉사, 문맹 퇴치 운동 등을 했는데, 미국에 돌아온 후 내가 너무 일시적인 도움만 주고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2010년 힘펀드를 설립하고 아프간 돕기에 나섰다. 2014년 제대한 후 미국 고든 콘웰 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과정을 다녔고, 그때부터 아프간에 재봉 기술을 가르쳐주는 직업기술학교를 세우며 본격적으로 아프간에서 사역했다.”
―아프간 난민 구출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탈레반이 점령하면서 나와 함께 일했던 직업기술학교 사람들, 학생들이 굉장한 위험에 처하게 됐다. 내가 미국 시민권자였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를 위해 일한 것도 아니고 단지 직업기술학교일 뿐인데도 그런 걸 따지지 않았다. 각국 대사관과 여러 구호단체에 이들을 구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성사가 안 됐다. 오죽하면 돈을 받고 탈출시켜주는 전직 네이비실 군인들에게까지 부탁했을까. 자칫 죽을 수도 있는 그 사람들을 구할 방법은 내가 직접 하는 것뿐이었다.”
―지금까지 아프간 난민 100여 명을 탈출시켰다.
“직업기술학교 학생들과 그 가족들이다. 한 번에 모두 탈출시킬 수는 없어서 되는 대로 20∼30명씩 1년 8개월에 걸쳐 먼저 파키스탄으로 빼낸 뒤 브라질로 보냈다.”
―탈출시킨 사람들을 왜 브라질로 보냈나.
“수많은 나라에 난민 요청을 했지만, 주파키스탄 브라질대사관만 탈출 비용부터 브라질에 도착할 때까지의 경비, 도착해서 6개월간 정착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우리가 대는 조건으로 특별 난민 비자를 발급해주기로 했다.”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
“다행히 힘펀드 취지에 공감해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첫 탈출을 성공시킨 후 브라질에 이들이 거처할 곳을 마련해야 했는데 정말 막막했다. 아는 브라질 사람 한 명 없었으니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지인이 브라질 인권변호사를 알려줬고, 그가 다시 브라질 선교단체를 연결해줬다. 그런 연결이 브라질 펩시콜라 전 대표까지 이어졌고, 그가 자기 소유의 리조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운영을 못 하고 있으니 5년 동안 무상으로 쓰라고 빌려줬다. 그 덕분에 탈출한 난민들은 지금 잘 지내고 있다. 앞으로는 잠비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등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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