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학창 시절은 손명오보단 순도 100% 고등학생인 성우에 가까웠죠. 집에서는 말 잘 듣는 아들, 교실에선 장난기 많은 학생이었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강렬한 악역 손명오에서 뮤지컬 ‘빠리빵집’의 순수한 고등학생 성우로 변신한 배우 김건우(31·사진)의 말이다. 그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13일부터 초연되는 창작뮤지컬 ‘빠리빵집’에서 파티시에를 꿈꾸는 19세 고교생 성우 역을 맡았다. 2017년 드라마 ‘쌈, 마이웨이’로 데뷔한 후 무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빠리빵집’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여름방학 동안 빵집에서 일하게 된 성우가 우연히 과거로 돌아가 19세인 부모님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3일 만난 그는 “인생 첫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마주하는 순간 너무나 기쁠 것 같다”며 맑은 웃음을 지었다. 201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수석으로 입학한 김건우는 다음 해 서울경찰홍보단에서 뮤지컬 ‘그리스’의 터프가이 케니키 역으로 출연하며 무대를 향한 꿈을 키워 왔다고 했다. 그는 “막상 뮤지컬 출연이 결정된 뒤엔 겁이 났지만 동료 배우들이 길잡이가 돼 줬다”고 말했다. 성우 역은 김건우와 배우 최우혁이 번갈아 연기한다. 성우의 아버지 영준 역은 크로스오버 가수 고훈정과 배우 조형균, 김대곤이 맡았다.
연습하는 동안 그는 과거 아버지와의 시간이 떠올라 성우 역에 더욱 애정을 쏟았다. 극 중 진로 문제로 아빠와 갈등을 겪던 성우는 과거를 여행하며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온라인으로 1일 열린 ‘빠리빵집’ 미니콘서트에서 그는 감성 짙은 목소리로 넘버 ‘몰랐어’를 부르며 다독이는 듯한 마음을 표현했다.
“성우의 반항은 꿈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뿐인 가족인 데서 비롯한 치기 어린 마음이라고 느꼈어요. 제가 배우를 하는 동안 아버지께서 ‘계속 꿈만 좇을 순 없지 않느냐’며 잠깐 반대를 하신 적이 있는데 스스로 ‘분명 쓰임이 있을 것’이라 되뇌곤 했습니다.”
뮤지컬 데뷔를 통해 그는 “어릴 적 꿈꿨던 가수란 직업에 한 발자국 가까워진 기분”이라고 했다. 노래가 마냥 즐거웠던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입시 준비로 바쁠 때에도 친구들과 밴드 활동을 했다”면서 “밴드 이름은 온 우주를 우리 음악으로 섞어 버리겠다는 의미로 ‘유니버설 샐러드’로 지었다”며 웃었다.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7월부터는 고(故) 김광석의 명곡들로 구성된 뮤지컬 ‘그날들’에 출연한다. 유쾌한 성격의 청와대 경호원 무영 역을 배우 오종혁, 지창욱, 영재와 돌아가며 맡는다.
“알콩달콩 사랑에 빠진 배역이나 ‘킹키부츠’처럼 신나는 뮤지컬도 해보고 싶어요. ‘킹키부츠’ 제안 들어오면요? 곧장 285㎜ 크기 하이힐 맞춰서 춤 연습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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