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이코패스라고 의심했지만 그건 아니더라고요. 전 전 대통령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잘하고 가족을 대단히 아끼며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인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신과 대면하고 과오를 성찰해 ‘내 잘못이었다’고 인정하는 능력이 없었습니다.”
정아은 작가(48)는 1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사이드웨이·사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을 분석한 논픽션인 이 책의 부제는 ‘그는 왜 무릎 꿇지 않았는가’. 신간에서 그는 전 전 대통령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 진압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것을 ‘특별한 가벼움’이라고 정의했다. 정 작가는 “핵심을 파고들어 진상과 대면하며 괴로워하는 대신, 현상의 표면에 머물다가 내상을 입기 전에 철수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 전 대통령은 소탈하고 친화력이 좋았지만 5·18민주화운동이 폭동 혹은 북한 소행이라는 식으로 아이처럼 (잘못을 회피하고) 자신의 행동에만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정 작가는 2013년 등단해 ‘맨 얼굴의 사랑’(민음사) 등 장편소설 5권을 냈다. 이번 책을 쓴 건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정치적으로만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이 퇴임한 1988년부터 사망한 2021년까지 33년 동안 정치적 논란은 많았지만 학술적으로 분석한 책은 별로 없었어요. 왜 객관적 평가가 안 됐는지 궁금했습니다.”
정 작가는 참고문헌 100여 권을 읽고, 육군사관학교 출신 등 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인물들을 수소문해 인터뷰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 전 대통령이 1979년 12·12쿠데타로 집권에 성공한 건 군사정권을 용인하던 시대상과 관련돼 있다고 분석한다.
“안 되는 걸 어떻게 해서든 우격다짐으로 하던 시대였잖아요. 자기 성찰보단 카리스마가 강한 리더를 선호하는 시대상이 전 전 대통령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 겁니다.”
정 작가는 또 전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27)가 최근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고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을 만나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 점에 주목했다. 33년 동안 이뤄지지 않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단죄가 후손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추징금 환수처럼 제도적인 영역에서 불충분했던 단죄가 전 씨의 고백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 신군부 세력이 저지른 일에 대한 관련자의 고백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전 전 대통령이 생존했을 때 이뤄지지 않은 연구가 이제라도 진행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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