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하 화가의 개인전 ‘내일의 너’가 서울 종로구 학고재 신관에서 17일 개막했다. 박 작가는 박두진 시인(1916∼1998)의 삼남이다.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작가는 “아버지의 삶을 통해 작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10년 만의 국내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회화 34점과 드로잉 8점 등 총 42점을 선보인다.
전시된 작품의 제목은 모두 ‘내일의 너’이다. 이는 부친이 던져준 화두로 영원히 새롭게 작업하라는 의미가 담겼다. 박 작가는 “예술가는 사회보다 한발 앞서야 하고, 이를 통해 회화의 본질을 고민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어두운 색조의 물감을 두껍게 올렸고 그 위로 붓이 지나간 자국이 드러나 질감이 두드러진다.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물감과 안료 분말을 섞어 색칠했다. 특정 사물을 묘사하기보다는 회화 자체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고 작가는 말했다.
獨 샤이비츠 개인전도 본관서 열려
같은 날 학고재 본관에서는 독일 작가 토마스 샤이비츠의 개인전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가 시작됐다. 회화 21점과 조각 2점을 선보이는 전시는 이 시대에 회화의 문법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전시장 입구에 걸린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는 컴퓨터 프로그램 포토샵에 관한 그림이다. 포토샵을 개발한 놀 형제가 만든 합성 사진을 변형한 회화로, 기하학적 형상과 수직·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선들이 구획을 나눈다.
작가는 포토샵의 등장으로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복사하고 붙여 넣으며, 형태를 변형할 수 있는 것이 시각 언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민을 회화에 담았다. 전통적 미술사 속 이미지는 물론 만화, 대중매체, 게임,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소재를 차용한 것도 특징이다. 컴퓨터 게임에서 나올 법한 색채와 과거 미술 작품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녔던 토끼가 한 작품 안에 함께 있는(작품 ‘에픽 게임즈’) 식이다. 두 전시 모두 6월 17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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