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어 마친 국악밴드 악단광칠
“전통악기로 현지 대표곡 연주
관객들 마음의 장벽 허물었죠”
지난해 말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공연장에서 한바탕 ‘굿판’이 벌어졌다. 국악밴드 ‘악단광칠’이 대금, 피리, 아쟁, 가야금 등 우리 전통악기로 편곡한 우크라이나 행진곡 ‘오, 초원의 붉은 가막살 나무여’를 연주하자 관객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구슬피 우는 대금 소리에 맞춰 두 손을 높이 든 채 좌우로 몸을 맡긴 관객들의 몸짓이 마치 파도 치듯 객석을 가득 메웠다. 공연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왔을 때 한 관객이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딸이 지금 우크라이나에 있어요. 당신들의 음악이 나를 울렸습니다.”
활발히 해외 공연을 벌이고 있는 악단광칠이 미국 투어를 마치고 7일 귀국했다. 김약대(대금)와 이만월(피리·생황), 김최종병기활(아쟁), 원먼동마루(가야금), 전궁달(타악), 선우바라바라밤(타악) 등 국악기 연주자 6명과 홍옥, 유월, 명월 등 소리꾼 3명이 모인 악단광칠은 전통악기를 고수한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뭉쳐 ‘광칠’이란 이름을 붙였다.
서울 용산구 연습실에서 16일 만난 단장 김약대(본명 김현수·41)와 단원들의 얼굴에선 활기가 느껴졌다. 이들은 “해외 투어에서 큰 힘을 얻었다”며 웃었다.
미국 투어는 2021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로, 이들은 “관객의 반응이 더욱 뜨거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객석 곳곳에서 악단광칠의 의상을 따라 입은 관객들을 마주쳤다. 공연이 끝난 뒤 “당신들의 노래로 위로를 받았다”며 식사를 대접한 외국 관객도 있었다. 선우바라바라바라밤(본명 선우진영·30)은 “이전까지는 우리 음악을 알리러 갔다면 올해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한판 굿을 벌이고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악단광칠의 전통 가락이 해외에서 통하는 이유는 뭘까. 홍옥(본명 방초롱·26)은 “관객을 무대로 이끌어 같이 굿 한판을 벌이려는 자세가 우리의 매력”이라고 자평했다. 이들은 언어나 문화가 다른 해외 관객과 하나가 되기 위해 그 나라의 대표 명곡을 우리 전통악기로 편곡해 선보이고, 현지 언어를 배워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마음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다.
이들은 20일 전북 전주시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리는 개원 10주년 공연 개막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다. 유월(본명 이유진·28)은 “돌아올 자리가 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국내 공연이 반갑다”고 했다. 이 무대에서는 신곡 ‘MOON 굿’을 포함해 총 3곡을 선보인다. 동해안 지방의 무당들이 춤을 추며 벌이는 ‘문굿’에서 영감을 받은 신곡은 지난해 말 해외 투어로 멤버 모두가 지치고 힘들 무렵 만들었다. 홍옥은 “함께 춤을 추면서 가장 순수한 우리 모습을 되찾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세계 무대를 누비는 이들이지만 가장 서고 싶은 무대는 한국에 있다. 김 단장은 “언젠가 1만5000석 규모 잠실체조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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