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앵글 하나 바꾸는 일도
진공 우주 속에선 공학적 문제
과학자들 고충 생생하게 풀어
◇우주선은 어떻게 비행하는가/그레이엄 스위너드 지음·서지형 옮김/384쪽·1만8000원·푸른길
첨단 기술을 설명하는 글이나 소개 자료를 보다 보면 항상 듣던 이야기를 다룬 탓에 별 재미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과학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이 사소한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거나, 골치 아픈 문제로 고생한 이야기가 재밌다.
‘우주선은 어떻게 비행하는가’도 이런 재미가 담긴 책이다. 예를 들어 우주에 나간 인공위성이 사진 찍는 이야기를 한번 상상해 보자. 인공위성이 지구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각종 홍보자료에도 보통 인공위성이 찍은 지구 사진을 실어 놓는 경우가 많다. 사진 찍는 카메라의 성능이 아주 좋아서 얼마 거리에서 찍은 사진인데 지상에 자동차가 몇 대인지도 보인다더라, 사람 형체가 구분 가능하다더라는 이야기가 실리기 마련이다. 이런 이야기는 너무 뻔하지 않나?
그런데 현장에서 직접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사람에겐 심각한 문제 하나가 있다. 도대체 인공위성의 카메라는 어떻게 지구 방향을 쳐다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인공위성이 지구 쪽을 안 보고 반대로 우주 쪽을 보고 있으면 어떡하나? 운이 좋아서 지구 쪽을 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보고 싶은 한국 쪽은 안 보고 비스듬히 옆쪽을 보고 있다면?
지구의 카메라라면 손으로 움직여 방향을 잡으면 되고, 그 방향에 고정하려면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놓으면 된다. 그런데 우주의 허공을 날아다니고 있는 인공위성이라면 어떻게 방향을 돌리고 어떻게 고정해야 할까? 더군다나 인공위성은 빠른 속도로 지구를 빙글빙글 돌며 방향이 계속 바뀌지 않나? 이런 물체를 어떻게 허공에서 조종해서 한 방향을 보게 할 수 있을까? 그나마 지구에서라면 비행기 날개 같은 것을 달아서 바람이 와닿는 방향을 조절해 가며 그 힘으로 자세를 잡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주에는 공기도, 바람도 없다. 도대체 어떻게 자세를 바꿔야 할까?
이 책에 그 답이 있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해냈을까 싶은 멋진 이야기도 포함돼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세세한 기술적, 공학적 고민이 하나둘 펼쳐진다. 우주 개발을 한다는 것이 도대체 어떤 고생을 하는 것인지 눈앞에 드러난다. 우주선 만드는 일을 하는 친구가 우주선 한 대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느낌이다. 원서가 나온 지 10년이 넘은 터라 책에서 언급하는 우주 기술의 흐름이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어떻게 들어맞았고, 어떤 부분은 달라졌는지 살펴보는 것도 읽는 재미일 것이다.
비슷한 책 중에 인공위성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더 간단하게 풀어쓴 ‘우주미션 이야기’(2022년·플루토)가 있다. 우주정거장 방문과 실험 수행 경험담에 초점을 맞춘 ‘우주에서 기다릴게’(2023년·위즈덤하우스)도 추천한다. 둘 다 한국인(황정아, 이소연)이 쓴 책으로 한국 우주 개발의 현실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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