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보 청동거울 ‘백제 동성왕 인물화상경’으로 불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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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소재 韓유물 연구 박남수 연구원
“日학계 명칭 무조건 따르지 말고
역사성 드러나게 새 이름 붙여야”

일본 스다하치만신사에서 발견된 인물화상경. 일본은 명문이 있는 일본의 가장 오래된 청동 거울이라며 ‘스다하치만신사 인물화상경’을 1951년 국보로 지정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일본 스다하치만신사에서 발견된 인물화상경. 일본은 명문이 있는 일본의 가장 오래된 청동 거울이라며 ‘스다하치만신사 인물화상경’을 1951년 국보로 지정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유물의 명칭은 유물의 역사를 이해하는 첩경입니다. 일본 학계가 명명한 것을 무비판적으로 따를 게 아니라 연구를 통해 알맞는 새 이름을 붙여야 합니다.”

일본 소재 한국의 고대 유물 7건을 분석한 ‘일본 소재 한국 고대 문자자료’(주류성)를 최근 출간한 박남수 동국대 동국역사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66·사진)은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일본 소재 한국 고대 유물에 대한 연구를 일본 학자들이 주도했고, 한국 학계는 수동적인 입장만 취해 왔다는 자성에서 출발한 책”이라고 했다.

박 연구원은 책에서 일본 학계가 명명한 유물의 이름을 한국 고대사에 비춰 새롭게 명명했다. 일본 쇼소인(正倉院)에 소장돼 있는 ‘좌파리가반(佐波理加盤) 부속문서’를 ‘신라 내성(內省) 문서’로 바꿔 부르는 식이다. 이 문서는 1930년대 쇼소인 남쪽 창고에서 유기그릇의 일종인 좌파리가반을 정리하던 중 포개진 사발 사이에서 꼬깃꼬깃 접힌 채로 발견됐다. 학계에서는 8세기 전반 신라에서 수공업을 담당하는 관청인 공장부 등에서 만들어진 사발이 일본에 수출되면서, 사발을 보호하기 위해 이 문서로 감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문서에 공물(貢物)과 관리 급여인 녹봉(祿俸)에 대한 내용이 기록돼 있어 신라 궁궐의 사무를 총괄하던 내성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박 연구원은 “일본과 국내 학계 모두 이 문서가 신라에서 만들어져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일본 학계가 정한 명칭에는 이 문서가 어디서 왔는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문서에 8세기 무렵 고대 한일 양국의 문화교류사가 담겨 있는 만큼, 신라 내성에서 만들어져 일본까지 건너왔다는 사실이 문서의 명칭에 담겨야 이 사료의 역사성이 자세히 드러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 일본 국보 ‘스다하치만신사 인물화상경(人物畵像鏡)’은 ‘백제 동성왕 인물화상경’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이 청동 거울의 제작 시기를 491년으로 보면서 “5세기 후반 일본에서 기거하다 귀국한 백제 왕은 동성왕이 유일하다는 점으로 미뤄 명문 속 ‘대왕(大王)’은 곧 동성왕을 가리킨다”며 “491년 백제 동성왕이 전쟁과 수재를 겪고 난 뒤 제례용으로 제작한 거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일본 학자들이 정한 명칭에서는 우리 역사와 관련된 티끌만 한 실마리도 찾을 수 없다”며 “이번 책은 유물의 역사를 제대로 들여다보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박남수 연구원#유물 명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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