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마스가 부른 ‘하입보이’ 등
SNS 중심 AI 이용한 커버곡 열풍
실제 가수의 독특한 개성까지 살려
AI 가수-PD 등 등장땐 논쟁일 듯
팝가수 브루노 마스가 부른 뉴진스의 ‘Hype boy’, 프레디 머큐리(1946∼1991)가 커버한 김광석(1964∼1996)의 ‘서른 즈음에’, 아이유가 부른 소녀시대 태연의 ‘너를 그리는 시간’.
최근 유튜브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커버(대중에게 익숙한 히트곡을 다른 가수가 편곡해 부르는 것)곡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27일 유튜브에 올라온 ‘Hype boy-브루노 마스(AI 커버곡)’ 제목의 영상은 브루노 마스가 약간 어눌하면서도 비교적 정확한 교포식 한국어 발음으로 뉴진스의 노래를 커버해 화제가 됐다. 영상이 공개된 지 3주 만에 조회 수는 125만 회를 기록했다. 록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부른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영상도 인기다.
흥미로운 건 브루노 마스와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는 진짜가 아니란 점이다. 이들은 모두 AI가 그들의 목소리를 학습해 만들어낸 목소리다. ‘AI 커버곡’은 단지 목소리만 흉내 내는 모창 수준을 뛰어넘어 해당 가수만의 음악적 개성까지 살려내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브루노 마스의 AI 커버곡 영상에는 “브루노 마스 특유의 갈라지는 쇳소리까지 제대로 구현했다” “실존하는 가수의 목소리까지 AI가 대체할 줄은 몰랐다” 등 호평이 쏟아졌다.
AI 커버곡 열풍에 대해 가요계에선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해외에선 AI로 만든 노래를 둘러싼 저작권 논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최근 싱어송라이터 위켄드와 팝스타 드레이크가 함께 부른 신곡 ‘Heart on My Sleeve’가 AI로 만든 가짜 음원임이 밝혀지면서 저작권법 위반으로 각종 동영상 플랫폼에서 삭제됐다. 이를 계기로 유니버설뮤직 그룹은 자사가 저작권을 보유한 곡에 한해 AI 커버곡 게재를 금지해 달라고 유튜브 등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AI 커버곡을 둘러싼 저작권 논의가 있었다. 올해 하이브가 인수한 AI 오디오 기업 수퍼톤은 2021년 SBS 신년 특집 방송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에서 고 김광석의 생전 가창 음성을 재현해 김범수의 ‘보고 싶다’ 커버곡을 만들어냈다. 당시 방송분을 제외하고 유족,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해당 재현 음성을 2차 저작물로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 측은 “AI 기술 활용 시 아티스트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최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할 과제”라고 했다.
음악산업에서 AI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저작권법 개정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저작권법은 저작자를 자연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사람을 대체할 AI 가수와 프로듀서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SM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에스파의 세계관 속 가상 조력자 캐릭터인 ‘나이비스’를 연내에 가수로 데뷔시킬 예정이다. 나이비스가 기존 가상 아이돌과 다른 점은 모션과 목소리 모두 AI로 새롭게 만들어낸 존재라는 점이다. 나이비스는 에스파의 세 번째 미니 앨범 수록곡 ‘웰컴 투 마이 월드’에 피처링하면서 가수로서의 시작을 알렸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작사가, 작곡가, 가수 등 창작자는 AI의 참여를 반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음반 제작자는 연습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이를 환영할 수 있다”며 “향후 몇 년간은 혼란스럽겠지만 결국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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