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자전 에세이
“암기 못한다” 학창시절 꾸중에도
성실함 무기로 세계적 작가 반열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480쪽·1만8800원·열린책들
“엉뚱한 소리 하나는 잘해. 암기는 꼴찌인 녀석이.”
한 프랑스 소년은 학창 시절 선생님에게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소년은 좀처럼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너처럼 형편없는 녀석은 커서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고 잔소리했다. 글쓰기 숙제에 대해선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소년은 주눅 들지 않았다. 제멋대로 살고, 쓰고 싶은 대로 썼다. 소년은 커서 전 세계에 3000만 부의 책을 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 책은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에세이다. 그는 장편소설 ‘신’(2004년) ‘파피용’(2006년)처럼 상상력이 풍부한 소설을 꾸준히 펴냈지만, 자전적 이야기를 책에 털어놓은 건 처음이다. 어린 시절부터 유명 작가가 된 지금까지의 삶의 여정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그가 이야기를 처음 쓴 건 여덟 살 때다. 자유로운 소재로 글을 써오는 학교 과제에 그는 ‘벼룩의 추억’이란 짧은 소설을 썼다. 소설에서 벼룩은 인간의 발에서 머리까지를 여행한다. 벼룩은 양말을 빠져나온 뒤 장딴지 털을 헤치고 기어오른다. 배꼽에 빠지고, 새끼손가락의 공격을 받지만 끝내 머리 꼭대기에 도착한다. 환한 빛이 비치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벼룩은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이 누군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어린 시절 그는 개미를 관찰하는 게 취미였다. 가끔은 개미를 유리병에 가둬 놓은 뒤 개미가 불쌍하단 생각이 들 때 풀어주곤 했다. 그때마다 ‘난 왜 개미의 생사를 선택할 수 있을까’ ‘거대한 존재가 인간을 관찰하고 있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상이 커져 장편소설 ‘개미’(1991년)를 쓰게 됐다.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성실함을 꼽는다. 오랫동안 앉아 있기 힘든 강직성 척추염에 시달리면서도 수십 년간 매일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7시까지 자료조사와 집필을 지속해 왔다. “책을 읽어줄 독자가 존재하는 한 계속 글을 쓸 생각”이라는 그가 후속작에서 어떤 기막힌 상상력을 풀어놓을까. 다음 달 한국에 출간되는 장편소설 ‘꿀벌의 예언’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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