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휩쓰는 K클래식]
심사 맡아… 후배들 활약에 ‘눈시울’
“국내파, 완벽한 발음-수준 놀라워
K클래식이 K팝보다 더 지속 가능”
“이제 세계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성악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심사를 맡은 성악가 조수미 씨는 결선 마지막 날인 3일(현지 시간) 브뤼셀 한국문화원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한국 클래식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성악을 배운 참가자들이 독일어를 완벽하게 발음하고 음악 수준도 놀랍다”고 강조했다.
동양인이 드물던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서 아시아 최초 프리마돈나로 우뚝 선 조 씨는 후배들의 활약상이 뿌듯하다. 그는 4일 새벽 김태한의 우승 소식을 듣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또 김태한과 5위로 입상한 베이스 정인호, 6위까지인 입상권에는 들지 못한 바리톤 다니엘 권 등 한국인 결선 진출자 3명 모두를 꼭 끌어안아 줬다.
“1980년대 초 유럽에서 활동할 때 동양적인 얼굴과 태도가 오페라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거절도 많이 당했고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외국 사람처럼 보이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 왔다는 것 자체가 (실력을) 개런티(보증)합니다.”
조 씨는 이어 “관객과의 소통 능력, 카리스마, 성격, 언어 능력”을 훌륭한 성악가의 조건으로 꼽으며 “음악 테크닉은 기본이기 때문에 (심사할 때)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K팝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조 씨는 K클래식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이 봤다. 그는 “클래식은 역사나 스토리를 담은 불후의 음악 장르”라며 “한국 사람들은 (뭘 하든) 끝장을 보려는 면이 있어서 한국 클래식은 영원할 것 같다”고 웃었다. K팝과 협업할 수 있는 음반 작업 및 콘서트를 계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60대에도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비결에 대해 “슬럼프에 잘 빠지진 않는다. 힘들 때는 학자처럼 글을 쓰면서 내가 슬럼프인지, 무엇이 문제이며 해법은 무엇인지 찾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조 씨는 내년 자신의 이름을 따 설립한 ‘수미 조 국제 성악 콩쿠르’를 프랑스 파리 근교 성에서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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