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트라우마가 있다. 트라우마는 정신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신체·정서적 상처를 뜻한다. 사건의 심각성과 당사자의 체감 정도에 따라 오래 지속돼 자칫 평생 따라다니는 고통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예기치 않은 큰 사고나 사건으로 생긴 트라우마로 아무도 모르게 홀로 불안이라는 유령에 쫓기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기록이다.
저자도 개인사로 인해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중학생 때 가정폭력을 목격하며 이인증을 경험했고, 고3 시절에는 근육 이상이 진행돼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가족의 언어폭력과 무관심 등 여러 상황을 겪으며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불안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깊어졌다. 성인이 된 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누구의 이해도 받지 못하는 불안과 우울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는 책을 통해 고통의 시간을 솔직하고 섬세하게, 그리고 적나라하게 꺼내놓았다. 글쓰기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할 수는 없다. 다만 글을 쓰기 전보다 트라우마를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돕는다. 또 트라우마보다 더 큰 자신을 만날 수 있게 한다. 이 때문에 저자는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관련한 글을 쓰길 권한다. 그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고통에 대한 의미를 획득하는 순간, 고통은 이야기와 함께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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