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글로벌 성공은 반짝 신드롬일까? 혹은 지속가능한 현상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힌트는 올해 엿볼 수 있다. K팝의 거대한 두 축, SM 엔터테인먼트(에스엠)와 하이브가 시험대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현재 두 기획사는 각 사의 상징이자 K팝 신을 이끌었던 인물들이 공백인 상태다. 에스엠은 2~3월 경영권 분쟁 사태 이후 창업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결별했다. 하이브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군백기(군복무로 인한 공백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멤버 진을 시작으로 올해 4월 제이홉까지 순차적으로 군에 입대했다. 특히 BTS는 이달 13일 데뷔 10주년을 맞는데, 9일 디지털 싱글 ‘테이크 투’ 발매 이외에 단체 활동은 불가능한 상태다.
양 사가 성장 동력을 되찾기 위해 취하는 전략은 다르다. 에스엠은 변신을, 하이브는 확충을 택했다. 에스엠의 변화는 그룹 에스파가 그 시작을 알렸다. 지난달 발매된 에스파의 미니 3집 ‘MY WORLD’는 에스엠이 ‘SM 3.0’을 선포한 후 나온 첫 앨범이다. 에스파의 지난 음반들이 가상세계인 광야에서 악당 블랙맘바와 싸우는 전사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번 앨범은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한 하이틴 콘셉트의 이야기다.
에스파와 함께 4세대를 이끌고 있는 에스엠의 보이그룹 ‘NCT’는 올해 론칭 예정인 ‘NCT 도쿄팀’을 마지막으로 ‘무한 확장’ 콘셉트를 종료한다. NCT는 이 전 총괄이 직접 론칭한 장기 사업으로, 이 전 총괄의 기획 하에서는 NCT 할리우드, NCT 사우디 등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장철혁 에스엠 대표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SM 3.0: 뉴 아이피(NEW IP) 2023’에서 “현재 준비 중인 팀은 무한 확장의 마지막 장”이라며 “그간 에스엠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데뷔 인원 선발 및 팀 론칭 과정을 전 세계 팬들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소속 가수들의 활동을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였다. 4월 BTS 멤버 슈가의 솔로 앨범 ‘D-DAY’가 발매됐으며, 5월 르세라핌이 정규 1집 ‘언포기븐’으로 장기 흥행에 올라탔다. 7월 멤버 정국도 첫 솔로 음반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BTS의 군백기를 메울 만한 큰 성과를 가져다준 그룹은 세븐틴이었다. 4~5월 미니 10집 ‘FML’으로 활동했던 세븐틴은 발매 당일에만 음반 판매량 300만 장을 넘겼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기록이다.
이와 더불어 하이브는 당장 신인 아티스트 배출에도 힘쓰는 모양새다. 하이브와 레이블 KOZ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6인조 보이그룹 보이넥스트도어는 지난달 30일 싱글 ‘WHO!’를 발매하며 데뷔했다. 퍼포먼스 위주였던 기존 보이그룹과 달리 일상적이고 쉬운 음악을 추구한다. 새로운 걸그룹도 대기 중이다. 하이브와 레이블 빌리프랩은 글로벌 걸그룹 멤버를 최종 결정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R U Next?’ 촬영에 돌입했다.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이 내놓은 그룹 ‘&TEAM(앤팀)’은 6월 컴백한다.
업계에서는 시장 중심의 성과에 매몰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한 대형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현재 양사가 ‘자체 최고 기록’ ‘판매량 급등’ ‘역대 1위’ 등 성과를 과시하는데, 이는 이 전 총괄과 BTS의 공백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을 축소시키려는 의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또한 “‘팬덤의 스포츠’에 머물고 있는 K팝이 이제는 팬덤 비즈니스를 넘어 실질적인 대중과 가까운 음악성을 선보여야 할 때다. 이 자리를 선점하는 아티스트가 차세대 K팝 성공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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