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참선과 경전 공부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게 한국 불교의 특징이지요. 그만큼 넓고 깊어요.”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지난달 30일 ‘외국인의 눈으로 본 고전 텍스트―최치원전’ 초청강연회가 열렸다. 강사는 리처드 맥브라이드 미국 브리검영대 아시아·극동아시아 언어학과 교수(54). 대학에서 한국학과 불교학을 가르치는 그는 국제 한국학계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다. 그는 “한국학 연구가 유명한 인물과 사건에 집중된 면이 있다”며 “더 다양한 대상을 연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한국에 1988년 선교사로 처음 와 부산과 그 인근에 있었다. 그때 신라 문화를 처음 접했다. 내게는 너무너무 놀라운, 새로운 세상이었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 대학에서 아시아학과 한국어를 복수 전공하고, 1994년 연세대 외국어학당에 들어가 한국어를 더 배웠다. 한국과 한국 문화를 더 깊게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래 경영학을 했는데 자꾸 마음이 한국학으로 향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불교 신앙과 화엄 사상’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덕분에 먹고사는 셈이다. 하하하.”
―최치원은 한국 사람들도 단편적으로만 안다.
“최치원전(崔致遠傳)은 신라시대 천재인 최치원과 귀신의 기이한 만남을 이야기로 담은 한문 소설이다. 최치원전에 관심을 가진 건 그 안에 신라시대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 시대 중국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에도 유령,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지만 최치원전은 이를 받아들여 더 다채롭고 풍부하게 풀어냈다. 내게는 한국과 한국 사람을 더 깊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책이다.”
―한국 불교가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불교에서 단번에 깨우쳐서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를 돈오돈수(頓悟頓修)라고 한다. 이런 주장이 여전히 있지만, 대체로 한국 불교는 고려 시대 보조국사 지눌 이래 깨치고 난 뒤에도 계속 수행해야 깨침의 경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돈오점수(頓悟漸修)를 강조한다. 그래서 참선과 공부를 모두 중요하게 여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넓고 깊은 면이 있다.”
―삼국유사와 불경을 영어로 번역하고 있다.
“K팝과 달리 한국학, 한국 역사는 외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선(禪)’도 그렇다. 영어로 ‘젠(Zen)’인데 ‘선’의 일본어 발음이다. 사실 일본 불교보다 한국 불교가 훨씬 발달했는데 일본 용어로 세계에 알려져서 아쉽다. 연구자들과 삼국유사를 영어로 번역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학을 하는 외국 학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궁금하다.
“한국학 연구가 아주 유명한 인물이나 사건에 집중돼 아쉽다. 홍길동전을 연구하는 학자는 많지만, 전우치전을 연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김유신에 관한 연구는 많아도 ‘박씨부인전’(작자 미상의 조선시대 소설) 연구는 적다. 더 다양한 대상을 연구한다면 한국을 세계에 더 잘 알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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