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빛보다 빠르지만 어딘가 모르게 엉성하고 실수투성이다. 배가 고프면 초능력을 제대로 쓸 수 없어 길거리 소녀에게 “먹던 거라도 던져 달라”고 모양 빠지게 구걸해야 한다. 벽 따위 손쉽게 통과하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몸조차 제대로 못 가눈다. 무너져 내리는 건물에서 눈 깜짝할 새 아기들을 안전하게 받아내지만 아무리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도 사랑하는 사람은 구해낼 수 없음에 가슴을 친다. 완벽하지 않아 더 완벽한 DC스튜디오 히어로 ‘플래시’(사진)가 14일 한국 관객과 만난다. 영화는 북미 사전 상영회에서 “최고의 DC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북미보다 이틀 빨리 개봉하는 DC스튜디오의 새 기대작 ‘플래시’는 경찰 화학 연구원으로 일하던 배리 앨런(에즈라 밀러)이 번개를 맞고 우연히 초능력을 가지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빛보다 빠른 히어로 ‘플래시’가 된 그는 빠르게 달리면 시간을 역행할 수 있단 걸 알게 되고, 어렸을 적 사고로 죽은 엄마를 되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가 과거를 바꾸면서 우주의 모든 시간과 차원이 붕괴된다. 플래시는 은퇴한 배트맨(마이클 키턴)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고, 엉망이 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DC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플래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로 사랑받은 제임스 건 감독이 DC스튜디오 수장으로 발탁된 뒤 처음 선보이는 영화다. ‘플래시’는 그가 추구하는 히어로물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4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 홍보를 위해 내한했을 때 MCU 작품들이 고전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화려한 스펙터클과 더 멋진 슈퍼히어로도 좋지만 캐릭터들에 좀 더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좋겠다.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중심이 돼 영화에 더 많은 감정을 실었으면 한다.”
‘플래시’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슈퍼히어로이지만 사랑하는 엄마를 되살려내고 싶은 그의 마음에 관객들은 쉽게 이입된다. 엉성하고 부족한 히어로가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닫고 내리는 마지막 결정은 감독이 원했던 ‘감성적 히어로물’에 걸맞다. ‘배트맨 2’(1992년) 이후 31년 만에 돌아온 ‘원조 배트맨’ 마이클 키턴과 새로운 슈퍼걸(사샤 카예)의 등장도 DC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것 같다.
‘할리우드의 새 악동’이라 불리는 밀러가 이 작품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밀러는 최근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고 폭행, 주거침입을 하는 등 구설수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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