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안도현의 지인들이 들려주는 특별한 선물, 사랑, 사람들의 추억
“읽다가 한 번은 눈물 쏟아질지도”
◇뭉클했던 날들의 기록/안도현 엮음/256쪽·1만5000원·몰개
◇사랑하고 싶은 순간들/안도현 엮음/240쪽·1만5000원·몰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 세계를 이룬다. 이야기들은 꿈속에 나를 찾아오고, 힘들 때 나를 잡아 일으키고, 복잡한 사념 속을 비척비척 비집고 들어온다. 그 속에는 나만큼 젊었던 부모님과 그들의 신산했던 삶이 있고, 나를 이끌어준 스승이 있고, 소식을 알고 싶은 벗들과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들 만큼 그리운 사랑이 있다.
시인인 엮은이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들에게 “누구나 마음속에 저장해둔 뭉클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하나씩만 꺼내 달라”고 ‘떼를 쓰듯이’ 졸랐다. 모두 아흔 명이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한 보자기씩 펼쳐주었다. 20대에서 70대까지,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유명인도 있고, 평범한 학생도 있다.
보내온 글에는 여행기도, 고향의 문화재나 어려운 이웃들의 삶에 대한 사뭇 학술적인 글도 있지만 대개는 언젠가 ‘사랑하고 싶은’ ‘뭉클한 날’을 마련해 주었던 그리운 사람에 대한 기록이다. 대략 절반을 차지하는 부모와 스승에 대한 추억은 ‘뭉클했던 날들의 기록’(앞권)으로, 그 외의 글들은 ‘사랑하고 싶은 순간들’(뒷권)로 묶였다.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했던 은사만 내 삶의 스승은 아니었다. 교사였던 한 필자는 자신이 재직하던 학교의 주사(학교 건물 등의 관리를 맡은 사람)를 떠올린다. 학교 창문 전체를 뜯어 닦고 운동장의 잡초를 죄다 솎아낼 정도로 업무에 열성이었던 그는 퇴직 후 “배움에 목이 말랐던 나머지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고백한다.(앞권·‘닳아서 빛나는 어떤 생’)
어느 필자는 대하소설로 유명한 작가가 ‘선물이 있다’며 불러낸 날을 떠올린다. 그가 받은 선물은 가격과 무게가 있는 물건이 아니라 이정표와 거리(距離)에 대한 통찰, 문학의 의미에 대한 지혜였다.(앞권·‘소설가 최명희의 선물’)
필자 자신이 스승의 눈길로 써내려간 회상기도 있다. 정서장애가 있는 영철은 걸핏하면 뛰어내리겠다며 창틀에 올라가는 학생이었다. 교장이었던 필자는 그에게 ‘교장실 자유 출입 허가’를 내주었다. 어느 날 찾아온 영철은 아이들을 대표해서 “체험학습에 사복을 입고 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미 회의에서 결정된 일이었지만 필자는 학생들의 건의를 들어준 것인 양 이를 발표한다. 영철은 아이들의 영웅이 되었고, 그 뒤 말썽을 부리는 일은 없었다.(앞권·‘영철이가 건넨 음료수’)
이유가 뭘까, 부모님과 그 세대에 대한 추억은 유독 가슴 시린 회상들이다. 아픈 추억일수록 오래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시대 자체의 각박함이 컸음도 대부분의 글에서 읽힌다.
어느 날 집에 찾아온 선녀처럼 예쁜 손님은 집을 나간 아빠와 함께 사는 여인이었다. 필자는 그에게 발길질을 하지만, 그 예쁜 손님은 하늘로 떠나가기 전에 당부할 게 있어 찾아온 것이었다.(뒷권·‘작은 엄마’)
“필자들의 어조는 대부분 차분하고 담담하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페이지를 넘기다가 반드시 한 번은 왈칵 눈물을 쏟을지도 모른다.”(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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