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톨릭문학상 본상 받은
암투병 詩 편지집 이해인 수녀
“병도 축복의 기회란 걸 알게 돼
아픈 이들 위로하는 시 계속 쓸것”
“아픈 뒤에야, ‘전에 했던 내 위로가 혹시 건성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산 수영구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 해인글방에서 8일 만난 이해인 수녀(78)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출간한 시 편지집 ‘꽃잎 한 장처럼’(샘터)으로 제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을 지난달 받았다. 그는 “일상의 삶에 대한 사랑과 감사, 기쁨에 관한 내용”이라며 “힘든 사람들, 특히 아픈 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대장암이 발견돼 수십 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양쪽 다리에는 인공관절을 넣었고, 류머티즘으로 몇 개의 손가락에 변형이 왔다. ‘꽃잎 한 장처럼’에도 이런 내용이 나와 있다.
―올해 가을과 수녀회 입회 60주년인 내년에도 아픈 이들을 위한 시선집을 연이어 내신다고 들었습니다.
“주변에 아픈 분들이 많아서 병문안을 자주 가요. 기도와 함께 제가 쓴 시를 읽고, 배경 설명도 해주는데 의외로 많이들 우시더라고요. 제가 아픈 걸 아니까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나 봐요. ‘아직은 시가 주는 역할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해서…. 마침 어제도 새 책 ‘인생의 열 가지 생각’(마음산책)이 나왔는데, 위로에 관한 얘기예요.” ―내가 아픈데 남을 생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제 암 투병에 관한 시를 읽은 한 독자가 ‘항암 치료가 무서워서 안 받겠다던 어머니가 수녀님 시를 읽고 치료받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편지를 보내왔어요. 그때 알았죠. 병도 축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구나. 내가 아직도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구나. 이제는 더 진심을 담아 위로해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지요.” ―‘꽃잎 한 장처럼’을 보니 몰래 사탕을 먹었다가 주치의에게 혼나셨다고요.
“제가 허브 사탕, 조각 초콜릿을 좋아해서…. 하하하. 당뇨 약을 먹으면서도 절제가 안 돼 걱정이죠. 긴 시간을 투병하다 보니 약을 충실하게 먹는 게 쉽지 않아요. 의사 선생님에게 자주 혼나지요.”
―수녀님처럼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혹시 그 믿음이 흔들리신 적도 있는지요.
“수도 생활을 50년이 넘게 했어도 정말 힘든 게 인간관계고, 사랑인 것 같아요. 저도 사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흔들린 적이 더러 있어 괴로웠지요. 그때마다 ‘나도 누군가에게 어려움을 줬겠지? 인간의 한계와 약점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겠지?’ 하는 믿음과 신앙으로 버틴 것 같아요.”
―책에 국내외 사건, 사고에 관한 언급이 많아서 의외였습니다.
“우리 같은 수도자들이 관념적인 삶을 살기가 쉽잖아요. 저는 매일 아침에 신문 4개를 봐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죠. 그래야 기도가 구체적일 것도 같고. 그렇다고 제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마음만은 슬픈 이들을 향해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독자들이 보낸 선물을 대부분 다른 사람들에게 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선물은 돌고 돌아서 그것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가는 게 더 빛이 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부분 그 물건이 필요해 보이는 분들에게 드리죠. 처음에는 생각을 못 했는데, 주신 분이 서운해할 수 있겠다 싶어서 지금은 먼저 물어보고 허락받아요. 최근에 한 동료가 제게 ‘마치 선물의 집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참 기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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