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加작가 마텔 첫 방한
“DMZ 인상적… 전쟁과 비극 떠올라”
총리에 독서 권유 에세이 등 화제
16일까지 강연 통해 韓독자들 만나
“아들과 함께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투어를 다녀왔어요. 자본주의(관광상품)와 비극(전쟁)이 공존하는 공간을 여행하면서 국가가 어떻게 전쟁이란 상처를 안고 가는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캐나다 작가 얀 마텔(59)은 13일 서울 중구 주한 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한국에 온 소감을 묻자 곰곰이 생각하다 이렇게 답했다. 그는 “7일 한국에 입국해 한옥에서 머물고, 강원 설악산 울산바위도 올라가며 한국을 두루 둘러봤다. 특히 DMZ에서 극명하게 다른 두 국가(남한 북한)가 국경을 맞댄 모습을 본 경험이 인상 깊었다. 전쟁과 비극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해 보려 한다”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그는 장편소설 ‘파이 이야기’(2004년·작가정신)로 유명하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인도 소년과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던 중 배가 침몰하자 호랑이와 함께 227일 동안 표류하다가 구조된 소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50개 국가에서 출간돼 1200만 부가 팔린 이 소설로 그는 2002년 영국 부커상을 수상했다. 부커상은 노벨 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소설을 바탕으로 리안(李安) 감독이 연출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2013년)는 미국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휩쓸었다. ‘파이 이야기’의 집필 계기를 묻자 그는 추억에 잠겼다.
“언젠가 인도를 여행하다가 한 노인을 만나 힌두교에 대해 듣게 됐어요. 왜 힌두교엔 하나의 신이 아닌 다양한 신이 존재하는지, 종교는 왜 다양한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죠. ‘파이 이야기’에서 다양한 신적 존재(상상 속 동물)가 등장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는 2006∼2015년 캐나다 총리를 지낸 스티븐 하퍼에게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지도자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이야기하며 2007∼2011년 서평을 쓴 편지와 함께 추천한 책을 격주로 꾸준히 보냈다. 그 편지를 모은 에세이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2013년·작가정신)를 펴내는 등 현실 참여적인 발언도 적극적으로 해 왔다. 이 책이 국내 출간될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향해 “소설이나 시집 혹은 희곡을 항상 침대 옆 작은 탁자에 놓아두는 걸 잊지 마시라”라고 쓴 편지를 함께 실어 화제가 됐다. 이 책은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국내에 재출간됐다.
‘독서가 왜 중요한지’ 묻자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책 읽는 행위는 매우 중요하다”며 “대통령, 총리 등 국가지도자나 기업 총수가 소설 같은 문학 작품을 읽지 않는다면 그들이 꾸는 꿈이 최악의 악몽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항상 현명한 스승들에게 둘러싸여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손쉽게 현명해질 수 있는 길은 바로 책을 읽는 것이죠. 특히 소설을 읽으면 타인의 삶에 공감할 수 있어요.”
그는 트로이 전쟁을 다룬 장편소설 ‘선 오브 노바디(Son of Nobody·가제)’를 내년 영미권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호메로스의 트로이 전쟁 서사시 ‘일리아드’를 읽다가 영감을 얻어 소설을 쓰게 됐다. ‘일리아드’에서 발언하는 사람들은 왕이나 귀족이지만 내 소설은 평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다룬다. 권력이나 돈이 많은 사람이 발언권을 독차지하는 사회에 대한 비유”라고 했다.
그는 14,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16일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에서 강연을 통해 한국 독자를 만난다. 강연 주제를 묻자 그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인생은 공동창작’이란 주제로 청중과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합니다. 그런데 사실 강연 10분 전쯤에야 강연 내용을 확정할 것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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