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귀족 스포츠 폴로 경기를 제주에서? 폴로와 만난 현대미술[전승훈의 아트로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4일 10시 43분





“달리는 말 위에서 스틱을 휘둘러 공을 딱하고 맞힐 때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골프를 칠 때도 공이 스윙 스팟에 제대로 맞으면 경쾌한 소리가 나잖아요? 바로 그 손맛에 하는 겁니다. 멈춰져 있는 골프공을 잘 맞추기도 어려운데, 빠르게 달리는 말 위에서 잔디 위를 구르고 있는 공을 맞춘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한국폴로클럽 최용호 이사)


축구장 6배 크기의 잔디밭. 말을 탄 8명의 선수들이 공을 좇아 쏜살같이 달려 간다. 말 위에서 긴 스틱을 휘둘러 하얀색 공을 맞추자 ‘탕’하는 소리가 퍼져나간다. ‘우두두두~’ 육중한 말들이 지축을 박차는 소리가 심장을 쿵쿵 울린다. 이어지는 박수소리, 환호성소리. 서양의 왕족이나 귀족들이 즐기는 스포츠로 알려진 폴로 경기를 한국에서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낯설면서도 진기한 장면이다.


제주시 구좌읍 한국폴로클럽(KPC)은 한국과 일본 지역에 최초이자 유일하게 만들어진 폴로 경기장이다. 2010년에 문을 연 제주 폴로경기장의 클럽하우스는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의 유작이다. 콘크리트와 목재를 이용해 한옥처럼 편안하게 햇빛을 끌어들이는 긴 처마가 인상적인 건물이다. 탁트인 전망을 갖춘 카페와 야외 수영장과 콘도까지 갖추고 있다. 멤버십으로 운영되고 있는 폴로 클럽에는 약 30여 명의 회원이 있으며, 일본에서 경기를 하러 오는 회원도 있다.


현재 폴로는 전세계 약 80여 개국에서 3만 여명이 즐기고 있다. 국내의 선수층이 매우 얇다보니 초기에는 외국인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서 경기를 벌였다. 지난해에는 미국 하버드, 예일, 스탠포드, 영국 옥스포드, 캠브리지대 등 명문대 폴로팀을 제주로 초청해 친선경기를 벌였다. 또한 한국 대표팀은 프랑스,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태국 등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폴로 경기의 유래
폴로는 중앙아시아에서 유래한 경기다. BC 6세기~AD 1세기에 페르시아(지금의 이란 지역)에서 성행했으며 원래 국왕 직속 기마대의 훈련용 경기로 펼쳐졌다. 한 팀이 100명 정도로 구성됐던 당시의 폴로 경기는 호전적인 민족이 행하는 축소판 전투와 다름없었다. 페르시아에서 시작된 폴로는 아라비아 티베트 중국, 한국, 일본까지 전파되었다.

2010년 강원 속초에서 재연된 격구 시범.
2010년 강원 속초에서 재연된 격구 시범.
동양에서는 ‘격구(擊毬)’로 불렸는데 말을 타고 하는 경기이기에 귀족 스포츠가 됐다. 격구는 삼국시대 고구려에 전해졌다. 통일신라 고분 모서리 기둥에는 ‘폴로 스틱을 든 페르시아인’이 새겨져 있다. 고려시대 무인정권 시절에도 격구는 각종 궁중 행사에서 빠지지 않았다.

통일신라 고분 모서리 기둥에 조각된 ‘폴로 스틱을 든 페르시아인’. 페르시아에서 들어온 폴로(격구)는 통일신라의 인기 스포츠였다.
통일신라 고분 모서리 기둥에 조각된 ‘폴로 스틱을 든 페르시아인’. 페르시아에서 들어온 폴로(격구)는 통일신라의 인기 스포츠였다.
조선시대에는 ‘용비어천가’ 제44장에 격구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다. 무과시험에서도 정식 과목이었다. 조선시대 군사훈련교본인 ‘무예도보통지’에 이십사반(二十四般) 무예의 하나로 격구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13세기에는 이슬람교도들이 인도를 정복하면서 인도에도 폴로를 전파했다. 처음으로 폴로 경기를 한 유럽인들은 인도의 아삼 주에 있던 영국인 차(Tea) 농장주들이었다. 이들은 1859년 실차르에서 최초의 유럽인 폴로 클럽을 결성했다. 1866년 초 인도에 주둔해 있던 제10 경기병대소속의 장교들이 팀을 짜서 경기를 한 이루 폴로는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1875년경 폴로는 영국 전역에 빠르게 보급됐다. 리치먼드파크와 헐링엄에서 여러 번 경기가 펼쳐지면서 1만 명 이상의 관중들을 끌어모았다. 처음엔 이 경기를 영국에 소개한 군인들 사이에서 성행했지만, 차츰 귀족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게 됐다. 이후 폴로는 모든 스포츠 중 가장 귀족적인 스포츠로 자리잡게 됐다.


폴로는 서양 왕족들이 스스로 즐겼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자녀에게 폴로를 적극적으로 가르쳤다.폴로의 기본 정신은 ‘사교’다. 말을 타고 달리는 위험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엄격한 규칙과 에티켓을 지켜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경기 중에는 선수는 물론 모든 관람자들까지 경기를 마친 후에는 함께 해야하는 의무적인 행동이 있다. 바로 잔디밭 위로 말들이 달리면서 생긴 디봇(divot) 자국을 다함께 밟아주는 행동이다. 영국의 찰스 국왕도 예외없는 ‘잔디밟기’ 에티켓이다.



●폴로 경기의 규칙
폴로는 말을 탄 선수가 ‘말렛(Mallet)’이라고 불리는 스틱을 이용해 공을 치며 진행된다. 450kg 정도의 말을 탄 채 돌진하는 모습은 역동적인 힘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또한 선수가 스틱을 이용해 상대방의 스틱을 쳐서 스윙을 막거나 방해하는 동작들은 화려한 검무를 보는 듯 하다. 시속 60km로 달리면서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경기도중 말 위에서 다른 말로 갈아타기도 하면서 사람과 말이 하나로 호흡하는 현란한 승마 기술도 볼 수 있다.


지난달 중순 제주 한국폴로클럽을 찾았을 때는 중학생 선수 11명의 데뷔 게임이 펼쳐졌다. 대부분 회원의 자녀 선수들. 지난해부터 배우기 시작해 6개월간 훈련을 거쳐 첫 폴로 시합을 하게 된 것이다. 성인들의 게임과 달리 경기장 규모를 작게 했다. 달리는 말 위에서 나무 망치가 달린 스틱을 휘두르며 공을 패스하고, 골문으로 슛을 할 때마다 구경하는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다. 이날 경기와 연습을 지켜보면서 한국폴로클럽 최용호 이사와 남종훈 부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며 폴로 경기 규칙에 대해 알아보았다.


―오늘 데뷔한 어린 선수들은 어떻게 훈련을 했나.
“제주 국제학교에 다니는 친구들도 있고, 서울에서 주말마다 내려와서 훈련하는 친구들도 있다. 작년 8월부터 금요일 밤에 비행기타고 내려와서 토요일, 일요일에 세 번의 연습을 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작년 겨울에는 태국에서 전지훈련도 갔다 왔다. 무엇보다 폴로가 재미가 있으니까 열심히 한다. 동물을 컨트롤 하면서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즐거움이다.”


―폴로 경기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폴로는 한 팀에 4명씩 두 팀으로 나뉘어 경기를 한다. 각 팀 선수들은 1~4번의 번호를 붙인다. 1번과 2번은 포워드(forward)이고, 3번과 4번은 백(back)이 된다. 그 가운데 3번 선수가 에이스로 패스를 전담하며, 팀 전술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원하는 방향과 거리에 맞게 정확하게 볼을 전달해주어야 득점으로 연결이 될 확률이 크다.”

―어떤 전술이 있나.
“축구처럼 다양한 작전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한다. 스페인 축구처럼 짧은 패스를 주고받는 ‘티키타카’ 전술을 쓰기도 하고, 롱패스 위주로 하는 전략도 있다. 패스를 할 때는 달려가는 말과 선수가 가는 방향을 예상해 앞서서 밀어주어야 한다.”


폴로 한 경기는 7분씩 4처커(Chukker)를 한다. 처커란 농구의 쿼터(quarter), 아이스하키의 피리어드(period)와 같은 개념이다. 각 처커 사이에는 3분씩의 휴식시간과 5분간의 하프타임이 있다. 심판은 말을 탄 2명의 엄파이아와 사이드라인의 1명의 래퍼리로 구성된다. 선수들은 말에 올라 탄 채 말렛으로 공을 쳐서 상대팀 골문에 넣으면 1점이 주어진다. 상대팀 말과 비슷한 위치에 있거나 바로 뒤에 있는 경우 공을 치려는 상대의 말렛을 자신의 말렛으로 막는 것은 허용된다.


―폴로 경기를 할 때 말은 몇마리나 필요한가.
“폴로 경기는 4처커를 뛰는데, 한 처커(7분)마다 말을 교체해서 타야 한다. 양팀 선수 8명이 필요한 말이 총 32마리다. 심판이 타는 말까지 합치면 34마리 정도다. 보통 말은 한 처커를 뛰고 나면 퇴근한다. 말이 축구장 6배 될 정도로 큰 운동장에서 전속력으로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시합을 할 경우에는 한 처커 경기 도중에도 2마리씩 말을 갈아 타기도 한다.”


―제주 한국폴로클럽에는 말이 몇마리가 있나.
“75마리의 말이 있다. 그 중 85%는 폴로클럽 소유의 말이고, 나머지는 회원이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말이다. 개인 소유의 말은 본인만 탈 수 있다. 연습이나 시합에서 본인이 길들인 말을 탔을 때 가장 안정적이고,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합 중에는 내가 소유한 말이라고 해도 한 처커 밖에 탈 수가 없다. 나머지 처커는 클럽 소유의 말을 빌려서 타야 한다.”


―폴로경기에 사용하는 말은 어떤 종류인가.
“아르헨티나에서 전량으로 수입해서 데려오는 ‘폴로 포니(Polo Pony)’라는 말이다. 어릴 적부터 폴로에 특화된 훈련을 받는데 보통 7,8살 된 말을 수입해 온다. 품종 자체가 굉장히 순하고 영리하다. 폴로경기를 하다보면 말끼리 자리싸움을 하다가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의 말의 경우 경기가 격렬해져 부딪치게 되면 순간적으로 날뛰어서 다치는 경우가 많다. 폴로포니는 부딪쳐도 본인의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훈련이 돼 있다. 지능이 높은 말은 오토매틱 자율주행처럼 선수가 공을 치기 좋은 위치로 알아서 찾아간다. 왼손으로 고삐를 잡고 체중이동만으로도 말이 방향을 전환한다. 중간 등급 정도의 말은 약 4000~5000만원 정도 가격이다.”


폴로 경기를 할 때는 말의 앞다리는 무릎 아래부터 발목까지 붕대를 감고 타이즈를 신긴다. 팀을 구별하는 패션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말렛(스틱)이나 공에 맞을 때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말렛을 휘두를 때 털에 엉키지 않도록 목부분의 갈기는 면도를 하고, 꼬리털도 단정하게 땋아줘야 한다. 폴로 경기장은 골대에서 골대 사이 거리가 280m, 폭은 180m 정도다.


―폴로 경기의 규칙은.
“왼손으로 고삐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말렛으로 공을 휘두르는 폴로 경기는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룰이 적용된다. 꼭 지켜야할 규칙은 달려가는 말의 진행방향이 절대 크로스되면 안된다. 말이 공을 향해 달려갈 때는 같은 방향으로 달리며 경쟁해야 한다. 갑자기 중간에 끼어들어 가로 막아버리면 사람과 말이 크게 다치게 된다. 이것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룰이다.

그리고 폴로는 한 골을 넣을 때마다 골대를 바뀐다. 만약 A팀이 오른쪽으로 공격을 해서 골을 넣었으면, 다음에는 골대를 바꿔 왼쪽으로 공격해서 골을 넣어야 한다. 필드가 굉장히 넓다보니까. 한 팀은 태양이나 바람을 마주보고 하고, 다른 팀은 등지고 경기를 하게 된다. 바람이나 햇빛의 영향을 양팀이 모두 똑같이 적용시키기 위해 골대를 수시로 바꾸는 것이다.”


―또다른 에티켓은?
“폴로에는 휴식시간에 관람객들이 모두 경기장으로 내려와 디봇 자국을 밟아주는 문화가 있다. 골프장에서 디봇자국을 덮어주는 매너하고 비슷한 것이다. 폴로는 매너의 스포츠이기 때문에 경기 중에 상대방을 자극하는 도발이나 언행을 상습적으로 하는 사람은 클럽 멤버에서 퇴출된다.”

―폴로에 쓰는 공은 어떤 것인가.
“폴로공은 플라스틱을 압축해 놓은 흰색공을 쓴다. 야구공보다는 조금 더 크지만, 경도 자체는 세지 않다. 사람이 맞으면 피멍 정도가 들 정도다.”


―프로리그 폴로경기는 어떻게 진행되나.
“골프에서도 핸디캡이 있듯이 폴로 선수들에도 핸디캡(등급)이 있다. 핸디캡은 -2골, -1골, 0골에서 +10골까지 있다. 숫자가 높을 수록 실력이 좋은 선수다. 보통 프로의 기준을 +3골로 본다. +10골은 최정상급 선수로 전세계에 몇 명 없다. +5골만 해도 정말 대단한 선수다. 보통 초보자들은 -2골부터 시작을 한다. 먼저 2점을 받고 경기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2골 핸디캡은 골프로 치면 18홀 모두 양파를 하는 수준으로, 140~150타 정도 치는 수준이다. 팀을 이뤄 시합할 때는 선수들의 핸디캡을 총합으로 계산한다. 만일 A팀의 핸디캡 토털이 +13골이고, B팀은 +12이라면 B팀이 1:0으로 앞선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한다. 한 골의 실력차를 인정해준 상태에서 시합을 하는 것이다.”


―폴로 경기를 배우는 데는 얼마나 걸리나.
“본격적으로 말을 타고, 달리고, 공을 치는 데까지는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 첫 시합을 가진 청소년들의 경우 약 6개월간 연습을 했다. 어린 나이일 수록 더 빨리 배우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폴로 경기를 하게 되면서 가장 좋은 점은.
“폴로는 경쟁의 스포츠라기 보다는 사교의 스포츠다. 지난해에 제주 폴로클럽에서는 하버드, 스탠포드, 예일, 옥스포드, 캠브리지 등 영국과 미국 명문 대학의 폴로클럽을 초청해서 친선 경기를 진행했다. 폴로 경기는 경기자체도 즐겁지만, 경기를 마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사교를 하는 과정도 무척 중요하다. 해외의 폴로 클럽에는 왕실이나 귀족, 세계적 기업의 오너가 회원으로 있기 때문에 글로벌 인맥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폴로 경기 자체의 매력은 무엇인가.
“말을 타고 달리면서 채를 휘둘러 공을 딱하고 맞힐 때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골프를 칠 때도 공이 스윙 스팟에 제대로 맞으면 경쾌한 소리가 난다. 폴로의 스윙도 골프와 매커니즘이 거의 비슷하다. 골프는 멈춰져 있는 공을 때리는 데도 잘 맞추기 힘든데, 폴로는 빠르게 달리는 말 위에서 움직이는 공을 정확하게 맞춰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말을 타는 실력이다. 기승 실력과 공을 치는 것은 한 8대 2정도의 비율로 기승이 더 중요하다.”

―폴로 선수들은 몸무게 제한이 있는가.
“외국의 프로선수의 경우 약간 덩치가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선수 몸무게가 가벼워야 말한테도 좋고, 경기력도 좋아진다. 100~120kg 되는 사람은 말에게 무리가 가겠지만, 그 이하는 폴로 경기가 가능하다. 폴로클럽 회원 중에는 80kg대도 있다.”

―폴로 경기용 말의 수명은?
“보통 말의 수명은 30~40년이다. 제주 폴로클럽의 말은 복지가 좋다. 넓고 깨끗한 마사에서 수의사들의 관리를 받으며, 미네랄과 비타민이 든 사료를 먹는다. 20살 정도면 경기에서 은퇴하는데, 은퇴 후에는 노동을 하거나 도축을 하지 않는다. 경기장 뒷쪽으로 가면 은퇴한 말들이 휴식을 취하는 목장이 있다. 말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한다.”


―폴로 경기를 레슨해주는 프로들은 어디서 온 분들인가.
“뉴질랜드, 영국, 아르헨티나 프로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제주에 상주하며 지도해주고 있다. 현재 전세계 폴로 최강국은 아르헨티나다. 지난해 11월에 아르헨티나 프로리그 오픈컵에 초대돼 갔는데 인프라가 정말 좋았다. 한 동네에 축구장 6배 넓이의 폴로 경기장이 300개나 있었다. 이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본능적으로 말을 탄다. 상금이 큰 대회는 유럽에서 많이 열린다. 2024년에 파리 올림픽을 개최하는데 폴로를 시범경기 종목으로 넣으려고 한다.”


―해외에서 폴로 경기의 위상은 어떤가.
“미국, 영국, 아르헨티나 등지에서는 대중적인 스포츠로 받아들여진다. 영국의 찰스 국왕과 카밀라 왕비도 윈저성 근처의 폴로 경기장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 동남아 국가에서도 폴로 경기를 한다. 브루나이에서는 왕족이 폴로 경기를 하는데 국민들이 열광하는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동북아에서 현재 폴로 경기를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일본에는 폴로클럽이 없다. 제주 폴로클럽 회원 중에 한 분이 일본 기업 회장의 손자가 있는데, 홋카이도에 폴로 경기장을 지으려고 준비 중이다. 중국은 폴로 경기장은 있는데,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폴로 경기가 잘 진행되지 않는다.”


―폴로 클럽 회원의 경우 1년에 비용이 얼마나 드는가.
“폴로 경기는 해외에서도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스포츠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폴로 경기를 해보겠다고 생각하면 연간 약 1~2억원 정도 든다. 한 게임에 처커 4게임을 한다. 한 처커(7분30초) 마다 한번씩 말을 바꿔 타야 한다. 연습경기가 아니라 본 시합 때에는 한 처커에 2마리의 말을 타기도 한다. 한 경기에 총 8마리의 말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국제대회 나가면 경기 참가비, 숙식비도 엄청나게 비싸다. 폴로 경기는 상금이 없고, 모든 비용을 참가자들이 스스로 부담한다. 폴로를 통해 글로벌한 인맥 네트워크를 맺는 데는 매우 좋은 기회다.”


―폴로의 매력은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모두가 폴로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말 타기를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 누구나 말에서 떨어지는 것은 무서워한다. 그만큼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해야 하는 운동이다. 폴로 클럽 회원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말에서 ‘떨어져 본 사람’과 ‘떨어질 사람’. 무조건 몇 번씩은 말에서 떨어지는 경험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폴로를 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인정한다. 만나면 ‘야, 너도 폴로해? 말에서 떨어져봤어? 그래 너 멋있다!’고 말하며 금방 친해진다. 필리핀, 두바이에 가면 60, 70대의 나이에도 폴로를 열심히 하는 회장님들이 계신다.”



●폴로클럽 안의 현대미술 갤러리
제주 한국폴로클럽 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전광영 작가 초대전.
제주 한국폴로클럽 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전광영 작가 초대전.

“폴로 경기장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온 왕족, 귀족, 기업인 등 VIP손님들이 많은데, 한국의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세계에 소개하는 갤러리도 있습니다. 지난해 5월 ‘한국폴로클럽 아트갤러리 오픈 폴로컵’ 대회를 열었는데, 폴로 회원과 게스트들이 한국 예술가들의 작품에 큰 관심을 갖고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미오컨템포러리 박현정 대표)

지난해 5월에는 제주 한국폴로클럽안에 있는 클럽하우스 1층에 아트갤러리가 오픈했다. 원래 헬스클럽이 있던 공간인데 갤러리로 개조해 꾸민 것이다. 아트컨설팅과 전시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미오컨템포러리가 운영하는 이 갤러리에서는 6월 15일까지 전광영 작가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전통 한지로 작업한 ‘집합(Aggregation)’ 시리즈로 유명한 전광영 작가는 1994년부터 시작된 한지 오브제 작업을 토대로 다양한 크기의 스티로폼을 종이에 싸고 묶는 기법을 통해 조형성을 만들어낸다. 전 작가는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병행전시(Collateral Event)’로 선정된 바 있다. 세계 최대규모 미술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열린 수백 건의 전시 중 엄선한 30건으로 뽑힌 전시다.

제주 한국폴로클럽 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광영 작가 초대전. 전통한지를 활용한 ‘집합’ 시리즈.
제주 한국폴로클럽 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광영 작가 초대전. 전통한지를 활용한 ‘집합’ 시리즈.

아시아의 보자기 문화에서 착안한 작가의 연작 시리즈는 어린 시절 큰아버지의 한약방 천장에 매달려 있던 무수히 많은 한약재 봉지를 바라보던 기억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약봉지를 연상시키는 형태의 삼각기둥을 한지로 감싼 후 매듭을 묶어 작은 조각을 만든 후 화면에 일정한 패턴으로 재배열해 그만의 독특한 입체 회화 ‘집합’ 시리즈를 창조해 낸 것. 70~80년에서 많게는 150년 전에 만들어진 책들을 해체해 낱장이 된 한지가 작가의 손끝에서 수천수만의 매듭으로 연결되어 현대미술 작품으로 재탄생 된다.


한국코리아폴로클럽 고영만 대표는 “동양적 철학의 사유를 본인만의 개성으로 표현해 냄으로써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님의 작품으로 올 첫 전시를 시작하게 되어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폴로클럽이 가진 역동성을 예술이라는 문화와 접목시킴으로써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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