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해둔 데모곡 AI에 학습시켜
레넌 목소리 선명하게 추출해내
27년전엔 녹음 품질 낮아 포기
매카트니 “좀 무섭지만 이것이 미래”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1996년 이후 27년 만에 신곡을 내기로 했다. 1980년 총격 사고로 숨진 멤버 존 레넌이 생전에 남긴 미완성곡에 AI를 통해 레넌의 목소리를 입히는 식이다. 1960년 결성된 비틀스는 수많은 히트곡을 낸 후 1970년 해체됐다. 멤버 4명 중 레넌과 조지 해리슨은 타계했고, 폴 매카트니(81)와 링고 스타(83)는 생존해 있다.
매카트니는 13일(현지 시간) 영국 BBC 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비틀스의 마지막 곡 작업을 얼마 전에 마쳤다”며 “레넌이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둔 데모곡을 AI에 학습시켜 레넌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추출해 냈다”고 공개했다. 또 이 노래를 올해 안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매카트니는 신곡 제목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금 그리고 그때’일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매카트니는 1994년 레넌의 두 번째 부인이자 일본계 예술가인 오노 요코로부터 이 데모곡을 받았다. 이 곡은 레넌이 사망 직전에 만든 ‘폴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카세트테이프에 수록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틀스 멤버들은 27년 전에 이 노래도 완성하려고 시도했으나 다른 두 곡에 비해 녹음 품질이 낮고, 가사에 빈 부분이 많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매카트니는 “아름다운 한 구절이 있는 노래지만 작업물이 만족스럽지 않아 중단했다”고 잡지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AI 기술의 발달로 이번에는 선명한 레넌의 목소리를 추출했을 뿐 아니라 멜로디까지 수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카트니는 “좀 무섭지만 신나는 일”이라며 “이것이 미래”라는 소감을 밝혔다. NYT는 “매카트니는 신시사이저나 샘플링처럼 음악의 흐름을 바꾼 신기술들을 빠르게 작업에 활용한 이력이 있는 호기심 많은 예술가”라고 평했다.
최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AI를 활용한 음원이 인기를 얻고 있다. 록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 목소리를 AI에 학습시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부르게 한 영상도 있다. 그러나 무단으로 가수의 목소리를 활용해 저작권 논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유니버설뮤직그룹은 AI가 부른 노래의 게재를 막아달라고 유튜브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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