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10m 금빛 불경 ‘묘법연화경’ 환수…“그대들은 모두 성불하리라”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15일 15시 53분


14세기 금은니 사경본...일본서 고국품으로
"구양순체 등 모두 숙달한 달필의 서자"

일본에서 돌아온 고려 사경(寫經) ‘묘법연화경 권제6’에는 금과 은으로 새겨진 극락왕생을 비는 소원으로 가득하다.

사경(寫經)은 불교 경전을 옮겨 적은 경전을 의미하는데, 본래 불교 교리를 전파하기 위해 제작됐다. 발원(發願)을 통해 공덕(功德)을 쌓는 방편으로 여겨져 널리 제작됐다.

특히, 고려시대에 사경 제작이 성행했으며 국가 기관인 사경원(寫經院)을 통해 국가의 안녕을 빌거나 개인적 차원에서 돌아가신 부모의 극락왕생 등을 바라는 목적으로 제작됐다.

15일 국립고궁박물관에 공개된 ‘묘법연화경 권제6’은 감색 종이에 경전 내용을 금·은니(金·銀泥)로 베껴 쓴 절첩본으로 만든 고려 사경이다. ‘묘법연화경’은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있음을 기본사상으로 한 경전이다.

지난해 6월 소장자가 국외문화재재단에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처음 확인된 ‘묘법연화경 권제6’은 올해 3월 국내로 들어왔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묘법연화경 권제6’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묘법연화경 권제6은 감색 종이에 경전의 내용을 금·은니로 필사해 절첩본으로 만든 고려 사경으로, 지난해 6월 소장자가 국외소재문화재단에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처음 존재가 확인됐다. 2023.6.15/뉴스1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묘법연화경 권제6’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묘법연화경 권제6은 감색 종이에 경전의 내용을 금·은니로 필사해 절첩본으로 만든 고려 사경으로, 지난해 6월 소장자가 국외소재문화재단에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처음 존재가 확인됐다. 2023.6.15/뉴스1


접었을 때는 세로 27.6㎝, 가로 9.5㎝이며 첩을 펼쳤을 때는 가가로 로 길이가 10m를 넘는 ‘묘법연화경 권제6’ 표지에는 금빛 연꽃과 은빛 넝쿨무늬, 금빛 선으로 정교하게 표현된 변상도, 은빛으로 정성스럽게 적힌 경문이 종교적 가치와 함께 고려시대 우수한 미적 가치를 보여준다,

배영일 마곡사 성보박물관장은 “전체 상태를 보면 표지화, 변상도, 경문으로 구분되는 선 바깥쪽으로 가장자리 쪽에 약간 좀 먹은 흔적을 빼고 상태가 양호하다”며 “특히 변상도의 경우 고려시대 사경을 이끌었던, 변상도를 전문적으로 그렸던 사경승이 그렸을 것으로 판단될 만큼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환수된 ‘묘법연화경 권제6’은 총 7권 중 제6권에 해당한다. 묘법연화경 전파의 중요성과 공양 실천에 대한 강조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특히, 내용 중 23품에 해당하는 ‘약왕보살본사품’에는 묘법연화경이 ‘여러 경전 가운데 제일’이며, ‘이 경전을 듣고 스스로 쓰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 쓰면, 그 얻는 공덕은 부처님의 지혜로 그 많고 적음을 헤아려도 그 끝을 알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약왕보살본사품은 자기 몸을 태워 공양했다는 약왕보살의 전생을 설법하며 수행자들의 정진을 권하는 내용이 담겼다.

표지에는 4개 금니로 그려진 연꽃이 수직으로 배치됐다. 넝쿨무늬가 은니로 여백 없이 그려졌으며, 그 위로 사각 칸을 둬 경전 제목을 적었다.

경전 내용을 압축해 묘사한 변상도는 4개 화면으로 구성돼 있다. 화면 우측에는 묘법연화경을 설법하는 석가모니불과 그 권속이 그려져 있다.

좌측에는 사람들이 성내며 돌을 던져도 ‘그대들은 모두 성불하리라’고 말하는 상불경보살품의 장면, 타오르는 화염 속에 자신의 몸을 바쳐 공양하는 약왕보살본사품의 장면 등 묘법연화경 권제6 내용 가운데 가장 극적인 장면이 담겼다.



특히 화면 우측 설법 장면 비중이 크고, 화면을 선으로 빼곡하게 채운 점 등에서 14세기 후반 고려 사경의 특징이 드러난다.

배 관장은 1377년 제작된 ‘묘법연화경 권제6’(호림박물관 소장)과 1385년 제작된 ‘묘법연화경 권제4’(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표지화와 변상도를 비교 분석해 환수된 ‘묘법연화경 권제6’의 제작 연도를 추정했다.

“사경을 구성할 때 표지화, 변상도, 경문, 발원문이 있는데 발원문에는 이 사경을 왜 만들었는지 등 발원 목적, 발원자 이름, 발원 연도가 나타난다”며 “이 사경에 발원문은 유실된 것이 아니고 애초에 발원문이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대 편년을 추정할 수 있는 것은 표지화와 변상도 양식의 변화”라며 “변상도 구름 문양이라든가 불단 위의 패턴들이 시대에 따라 특징적인 요소가 나타나는데 1377년 작품과 1385년 작품의 변상도 패턴과 유사해 상대 연도를 추정하는 데 참고했다”고 말했다.

총 108면에 걸쳐 이어지는 경문은 한 면당 6행씩, 각 행에는 글자 17자가 적혀 있다. 금니로 경계를 그리고 은니로 글자를 정성스럽게 적은 형태다.

김종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환수된 ‘묘법연화경 권제6’의 경문을 쓴 사람을 여러 서체에 능숙한 달필가로 추정했다.

김 위원은 “고려시대 사경 서체는 구양순체를 기본으로 해 여러 서체가 함께 사용됐는데 ‘묘법연화경 권제6’의 서체는 다양한 서법이 혼재하는 한 개인의 서체”라며 “구양순, 안진경, 조맹부 서풍을 모두 숙달한 달필의 서자”라고 분석했다.

“이 사경의 특징은 이 경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이 쓴 거”라며 “이 필체는 서체를 몸으로 학습하고 소화해 자기가 다양하게 자유롭게 쓴 글자체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공개된 ’묘법연화경 권제6‘은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향후 다양한 연구와 전시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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