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신 美작가 응우옌 첫 방한
동명의 HBO 드라마 내년 공개
“박감독이 영상화해 영광이네요”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제 집에서 박찬욱 감독(60)과 저녁 식사를 하며 장편소설 ‘동조자’(2018년·민음사)의 영상화를 이야기했습니다. 잊지 못할 순간이었는데 드디어 드라마로 만들어지니 영광이네요.”
베트남 출신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52)은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하게 웃으며 박 감독과의 만남을 회상했다. 이어 박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 배우 샌드라 오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출연해 내년에 공개되는 동명의 HBO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복수는 나의 것’(2002년), ‘올드보이’(2004년), ‘친절한 금자씨’(2005년) 등 ‘복수 3부작’을 다 봤을 정도로 박 감독의 열렬한 팬”이라며 “기억 복수 폭력 등 박 감독이 다뤄 왔던 주제가 ‘동조자’에도 가득하다. 뛰어난 이야기꾼인 박 감독이 제대로 영상화할 거란 굳은 믿음이 있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태어난 그는 만 4세이던 1975년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보트피플’이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영문학과 민족학을 전공했고, 현재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영문학과 교수이자 작가로 활동한다. 그는 “이방인 출신 미국인으로 두 개의 얼굴을 지녔다”며 아픈 기억을 회상했다.
“열한 살 때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료품 가게에 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옆 식료품점에 ‘베트남인 때문에 망한 미국인 가게’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겁니다. 충격이었죠.”
2016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동조자’엔 그가 느낀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소설에서 프랑스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북베트남의 스파이로 미국으로 건너간 뒤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돼 이중간첩으로 살아간다.
“집에선 미국인으로서 베트남인(부모)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고, 밖에선 베트남인으로서 미국인과 살아가는 이중간첩 같은 기분을 느끼며 살았어요. 실제로 베트남 출신 스파이도 미국에 있었고요. 다만 전쟁과 식민지배 등 무거운 주제를 액션과 유머가 가득한 스릴러로 풀어내려 했습니다.”
그는 2008, 2010년 두 차례 한국에 방문했다. 그는 “베트남전쟁을 다루는 한국의 시각을 알고 싶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가고, 황석영 작가의 장편소설 ‘무기의 그늘’(1988년·창비)도 읽었다”며 “식민 지배를 경험하고 동족 간 전쟁을 겪은 가슴 아픈 과거가 있다는 점에서 베트남과 한국은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15일 장편소설 ‘헌신자’(민음사)도 펴냈다. ‘동조자’의 주인공이 아버지의 나라인 프랑스로 건너온 뒤 고민하며 방황하는 이야기를 담은 후속작이다.
“‘동조자’가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에 모두 동조하는 주인공의 고민을 담았다면, ‘헌신자’는 무엇에 헌신하며 살아야 하는지 질문하는 과정을 그렸어요. ‘헌신자’에 이어지는 3번째 장편소설도 구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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