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홍어회가 우리 겨레의 걸작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렇게까지 ‘프장데’(고기를 삭혀 더욱 고기 맛을 낸다는 의미의 프랑스어)해서 생선회를 먹는다는 것은 세계에 따로 예가 없을 것이다.”(‘미식가의 수첩’ 중)
4·19혁명 등 격변기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애쓴 언론인 홍승면 씨(1927∼1983)는 미식가들 사이에선 ‘원조 맛 칼럼니스트’로 통한다.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논설주간을 지냈던 그가 1976년부터 1983년 4월까지 여성지 ‘주부생활’에 연재했던 음식 칼럼을 상·하권으로 엮어 그의 사후인 1983년 11월 펴낸 ‘백미백상’(학원사)은 오늘날까지 미식 칼럼의 모범으로 꼽힌다.
오랜 시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백미백상’이 최근 ‘미식가의 수첩’(대부등·사진)이라는 새 이름으로 재출간됐다. 책에는 한국 음식에 대한 예찬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식재료와 음식의 기원, 의미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고찰이 담겼다.
일례로 그는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 등에 실린 해삼에 관한 기록을 전하며 “그 당시는 아직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오지 않고 있어 지금처럼 초고추장에 해삼을 찍어 먹지는 못했다”고 설명한다. “승검초는 …당귀의 싹으로 꿀을 끼워 먹으면 매우 맛있다”며 제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도 일러준다. ‘백미백상’은 2003년에도 2권의 책으로 재출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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