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북한 우주 발사체 잔해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천리마 1형’ 발사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5일 만인 16일 인양돼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언론에 공개되었습니다. 11년 전 북한 로켓 ‘은하 3호’의 1단계 추진체 잔해의 언론 공개 행사를 취재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2012년 12월 12일 북한을 출발한 ‘은하 3호’가 북한 발표에 따르면 성공적으로 역할을 한 후, 9분 만에 서해에 떨어졌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만에 우리 군 당국이 잔해를 바다에서 육지로 인양했습니다. 그 때도 우리 군 당국이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로 취재 희망하는 언론사를 초청해 북한 미사일 발사체를 촬영하도록 했었습니다. 부슬부슬보다는 많은 비가 내렸는데 배의 조타실 쪽에 올라가 아래 갑판에 놓여있는 ‘북한제 깡통’을 찍는데 왠지 마음이 착잡했었습니다. 역사적 현장이라는 기쁨보다는, 우리의 일상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북한의 행동을 로케트 잔해를 통해 직접 확인하는 현장이어서 그런 마음이 들었을 겁니다.
▶이번에도 금방 뭍으로 올릴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보름이 걸렸습니다. 북한 스스로 실패라고 한 발사였기 때문에 이번에 인양한 발사체 ‘천리마 1형’은 ‘깡통’이 아니라 그 안에 북한이 우주로 쏘아 보내려고 있던 많은 것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손상없이 물 위로 올리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으로 추측해 봅니다.
▶2023년 6월 17일자 전국 신문의 1면에는 북한 ‘천리마 1형’ 잔해 사진이 크게 실렸습니다. 사진기자협회 소속 2개 신문사의 사진기자가 대표 취재(POOL 취재)한 사진에서 고른 사진들입니다. 그런데 많은 신문에서 북한 발사체 사진과 함께 미국의 핵잠수함 사진을 나란히 실었습니다. 같은 날 부산항으로 입항한 미국 7함대 소속 핵추진 잠수함인 미시간호(SSGN 722)가 해군 부산 기지에 입항한 모습의 사진입니다.
▶모든 언론사의 단말기에 북한 추진체와 미국 핵잠수함 사진이 들어왔지만, 같은 사진을 어떻게 쓰는가는 각 언론사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서 최종 지면이 편집됩니다. 북한의 도발 흔적과 함께, 굳건한 한미 동맹의 상징을 보여주는 것이 독자들에게 더 중요한 정보 전달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언론사도 있을 것이고, 뉴스의 강도가 ‘보름 만에 우리 눈앞에 나타난 북한 도발 흔적’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언론사도 있을 것입니다.
▶ 서설이 좀 길었습니다. 다시 100년 전 신문 지면으로 돌아가 봅니다. 1923년 6월 11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사진입니다. 서울에서 열린 각종 체육대회 중 재미있는 장면 2장을 아래위로 나란히 편집해 놓았습니다.
▶우리나라 신문에서는 지금도 2장의 사진을 사용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어떤 행사가 벌어지면 화보 형식으로 여러 장을 보여주어 다양한 모습을 전달할 수도 있지만 지면이라는 게 제한이 있으니 보통 2장 그리고 아주 특별한 경우 3장 정도의 사진을 게재합니다. 그런데 정치적 이유 때문에 2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한 장의 이미지로 ‘임팩트’있게 지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도 있고, ‘균형’있는 지면이 중요하다고 주장도 있습니다. 2장의 사진은 균형을 중시하는 의견이 우세할 때 게재됩니다. 여당 사진이 들어가면, 야당 사진도 들어가야 하고, 북한의 미사일 사진이 들어가면 우리나라의 미사일 사진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꽤 많습니다. 과문해서 전 세계 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기계적 균형의 정도는 우리나라 지면이 좀 높을 겁니다.
▶2장의 사진으로 균형을 맞추려는 사진편집의 경향이 100년 전에도 이미 있었다는 게 신기해서 여러분께 소개해드렸습니다. 서울에서 열린 체육대회 장면 중에서 위의 두 사진은 ‘장년층 행사’와 ‘유년층 행사’를 골라서 게재했습니다. 성별로 나눌 수도 있고, 종목 별로 나눌 수도 있는데 연령별로 나눠서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만약 서울에서 열린 각종 체육행사 중에서 딱 한 장의 사진만을 골라서 지면에 실어야 한다는 주문이 왔을 때 저라면 두 장의 사진 중 어떤 걸 골랐을까요? 고민을 좀 해봤는데 난제네요. 어렵습니다. 결국 두 장 정도 사진을 쓰는 방향으로 타협을 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사진을 고르셨을 거 같으신가요? 댓글에서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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