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도 하늘도 보랏빛…방탄소년단 10주년 페스타 40만명 운집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17일 22시 22분


주최 측 "외국인만 12만명"
오프라인에서 아미 만난 RM 사연 소개 큰 호응
'소우주'를 배경으로 시작한 불꽃쇼도 눈길

“하나도 덥지 않아요. 오늘 페스타 잘 보고, 다음 주에 서울 구경할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렙니다.”

17일 오후 12시께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서울 인 퍼플’ 부스 앞.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데뷔 10주년을 맞아 열린 ‘BTS 10th 애니버서리 페스타 @여의도(Yeouido)’(2023 BTS 페스타)의 하나로 서울시가 서울의 7개 명소 지도와 함께 카드를 나눠주는 곳이다.

3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날씨 속 자신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는데도 30대 일본인 에리카 씨는 활짝 미소 짓고 있었다. 방탄소년단 덕분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그녀다.

아직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한다면서도 에리카 씨는 스마트폰 통역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아 또박또박 말했다. 그녀가 입고 있는 보랏빛 티셔츠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보랏빛은 방탄소년단과 이들의 팬덤 ‘아미’의 상징색이다.

이날 오후 8시30분부터 펼쳐지는 방탄소년단 10주년 기념 불꽃쇼를 최적의 자리에 관람하기 위한 자리 맡기도 오전부터 이뤄졌다. 이미 추첨으로 뽑아 자리가 정해진 구역을 제외하고 원효대교 인근 등 명당처럼 보이는 자리엔 벌써부터 아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일부 아미들은 무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 방탄소년단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춤을 췄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는데 더워하기는커녕 신나보였다.
운 좋게 여의도 호텔에 숙박할 수 있었다는 미국인 20대 샤론 씨는 “작년 상반기에 방탄소년단 라스베이거스 공연은 최고였다. 팀 단체 활동을 한동안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10주년을 맞아 이런 자리가 마련돼 기쁘다”고 했다.

이밖에 ‘방탄 가족사진전’을 내세운 포토전, ‘타투 스티커 체험 부스’, ‘BTS 라이브 스크린’ 앞 등에도 한낮부터 아미들로 빼곡했다. 아미가 아닌 일반 시민들도 이 같은 풍경을 즐겼다. 주말을 맞아 산책을 나왔다는 여의도에 사는 60대 김명숙 씨는 “코로나 이전에도 여의도에 가을 불꽃놀이 축제 말고는 이렇게까지 사람이 붐비는 걸 본 적이 없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 좋다. 외국인도 많아서 신기하다”고 웃었다.

여의도 한강공원뿐 아니라 여의나루 역 그리고 여의도 곳곳에 방탄소년단의 흔적들로 넘쳐났다. 여러 편의점에선 방탄소년단 10주년 기념 페스타 라벨이 붙은 생수를 문 앞에 대량으로 전시하며 팔고 있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IFC몰 인근 식당에서도 방탄소년단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 손님들을 맞이했다. 여의도 곳곳 도로엔 지역에 사는 아미들이 여의도로 올라오기 위한 대절한 전세 고속버스가 곳곳에 정차해 있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여의도 한강공원에선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됐다. 특히 오후 5시엔 리더 RM(김남준)이 팀을 대표해 ‘팬들과 소통하는 코너 오후 5시, 김남준입니다.’로 아미를 만났다. 현장엔 RM 혼자 나왔지만 군 복무 중인 진·제이홉을 제외하고 해당 프로그램엔 간접적으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모두 참여했다. 정국·진은 전화 통화로 함께 했다 아시아 투어 중인 슈가는 ‘아미 날씨’와 ‘방탄 늬우스(뉴스)’ 내레이션을 맡았다. 지민은 RM과 아미가 진짜 팬들만 알 것 같은 퀴즈인 ‘R고 10은(알고 싶은) 쪽지시험’에서 깜짝 목소리로 등장했다.

RM은 “모든 게 변해요. 저도 많이 변했죠. 10주년이 됐어요. 연습생 때 왔던 여의도 한강공원, 고등학생 본 불꽃축제 기억이 납니다. 좋은 자리를 마련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내년 이맘때엔 (2024년 6월12일 전역 예정인) 진 형이 든든하게 자리를 채워주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이어 “15주년, 20주년에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여러분을 항상 생각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오후 8시 30분부터 30분간 펼쳐진 ‘BTS 10주년 기념 불꽃쇼’가 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반짝이는 별빛들 / 깜빡이는 불 켜진 건물 / 우린 빛나고 있네 / 각자의 방 각자의 별에서”라는 노랫말로 ‘불꽃놀이’ 배경음악으로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소우주’를 시작으로 밤하늘을 다양한 색깔로 물들였다. 그 중에서도 아미는 보랏빛의 불꽃이 보일 때마다 큰 환호성을 터트렸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20대 회사원 쟈드 씨는 “서울엔 지난 목요일에 왔고 여의도엔 새벽부터 왔다. 덥긴 했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다. 불꽃쇼가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다. 방탄소년단 15주년, 20주년 페스타를 또 서울에서 연다면 그 때도 올 거다. 제게 위로를 준 방탄소년단은 항상 거기에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주최 측 집계에 따르면 이날 여의도 한강공원엔 35만명이, 주변엔 5만명이 운집해 총 40만명이 일대를 방문했다. 이 중 외국인 수는 무려 12만명에 달한다. 여의도는 한때 국제 공항이 있던 곳이다. 금융 중심지로 평소에도 외국인이 자주 방문하지만 방탄소년단 페스타 덕에 이날 더 글로벌한 지역으로 재탄생했다.

서울시와 하이브는 많은 인파가 운집한 만큼 안전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서울시는 주변 일대 교통을 통제했고 경찰, 소방도 수시로 주변을 돌아봤다. 하이브는 행사장 곳곳에 안전 지대를 나눴고 행사 운영 인력도 다수 배치해 동선 등의 안정을 꾀했다. 이동 통신 3사는 페스타 현장에 기지국 및 임시 시설 설치 등을 통해 5G, LTE 기지국 용량을 증설했다.

이날 현장 참여가 어려운 팬들을 위해 ‘오후 5시, 김남준입니다.’는 글로벌 팬덤 라이프 플랫폼 위버스(Weverse)와 틱톡(TikTok)에서, 불꽃쇼는 위버스·유튜브·틱톡 등에서 온라인 스트리밍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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