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운동장서 9년만의 내한공연
17, 18일 이틀간 관객 10만명 찾아
90분간 댄스-발라드 등 13곡 불러
피아노 즉석 연주-‘K하트’ 인사도
무대를 가렸던 흰 천이 내려앉고 불꽃이 터졌다. 그 후 쨍쨍한 목소리가 “So Korea!”라고 소리치자 5만여 명의 관객이 일제히 일어나 환호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17일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7 브루노 마스’ 무대. 빨간색 블라우스와 바지를 입고 나타난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38)는 첫 곡 ‘24K Magic’부터 열정적으로 무대를 누볐다. 마스는 작사와 작곡, 가창, 연주, 춤, 프로듀싱 등 여러 방면에서 뛰어나 마이클 잭슨에 비견되기도 하는 싱어송라이터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현대카드가 2007년부터 세계 유명 가수들을 초청해 열어온 공연이다. 17, 18일 열린 마스의 콘서트는 이틀간 총 10만1000여 명이 관람해 2017년 콜드플레이의 기록(10만 명)을 뛰어넘었다. 콘서트 티켓은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25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마스가 한국을 찾은 건 2014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 후 9년 만이다.
이날 마스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우리말로 “안녕, 서울”이라고 인사했다. 그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며 “다시 돌아오기를 정말 기원했다”고 했다.
이날 공연은 에너지와 여유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마스는 ‘매리 유(Marry you)’, ‘트레저(Treasure)’, ‘런어웨이 베이비(Runaway Baby)’ 등 댄스곡과 ‘WIWYM(When I Was Your Man)’ 등 감미로운 발라드까지 총 13곡으로 무대를 다채롭게 구성했다. 그의 감각적인 골반 춤과 리드미컬한 발재간은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마스의 기타 독주를 비롯해 트롬본과 베이스 등 연주자들의 독주가 이어질 때는 야외 재즈바에 온 듯했다.
그래미 어워드에서 총 15번 수상한 마스에게 90분은 히트곡만을 부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이에 마스는 제안했다. 그는 “밴드가 쉬는 동안 게임 하나 하자. 여러분이 이 곡들을 기억하는지 보고 싶다”며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는 즉석에서 ‘토킹 투 더 문(Talking To The Moon)’, ‘나싱 온 유(Nothin’ on You)’, ‘리브 더 도어 오픈(Leave the Door Open)’ 등의 하이라이트 대목을 들려줬고, 팬들은 히트곡 메들리에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마스가 피아노 건반 몇 개만 쳐도 객석에서는 곧바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오랜만에 만난 한국 팬들을 위해 마스는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콜링 올 마이 러블리스(Calling All My Lovelies)’를 부르기 직전, 커다란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댄 마스는 통화하는 척 “안녕 베이비. 난 한국에 있어”라고 말하더니 우리말로 “보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무대 사이사이 우리말로 “재밌어요?” “사랑해요”라고 말하며 한국 팬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절정은 그의 마지막 곡이자 세계적인 히트곡 ‘저스트 더 웨이 유 알(Just the Way You Are)’을 부를 때였다. 후렴구는 관객들의 몫이었다. 이어진 앙코르 곡 ‘업타운 펑크(Uptown Funk)’를 부르자 객석은 파티장처럼 변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서 14주간 정상을 달린 이 곡의 전주가 나오자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춤췄다. 마스는 “사랑해요!”라고 외치며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한국식 손 하트를 만들어 보이면서 무대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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